김자경오페라단 데뷔작 '춘희' 28일부터 예술의전당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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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종문화회관 터에 자리잡았던 서울시민회관. 지금은 불타버렸지만 73년 장충동 국립극장이 문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공연예술의 메카였다.이곳에서 지난 68년 5월1일 국내 최초의 민간 오페라단인 김자경오페라단이 창단공연의 막을 올렸다.

성악가들이 목 잘 트이라고 무대 뒤편에서 날계란을 계속 까먹다가 배탈나곤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중앙일보.동양방송 주최로 무대에 올린 작품은 1948년에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던 '춘희 (椿姬.라 트라비아타)' .오페라가 불모지나 다름없던 터라 주최측에서는 오페라공연에서 손해를 보면 그 액수만큼 부담하고 수익이 남으면 전액 오페라단에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프리마돈나 비올레타 역에는 당시 50대 중견 성악가였던 소프라노 김자경 (金慈璟.81) 씨가 맡았다.金씨는 48년 공연에도 테너 이인선 (李寅善) 의 상대역을 맡아 비올레타로 출연했고 68년 창단공연에도 테너 김화용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김자경씨는 약속대로 공연수익금을 당시 돈으로 18만원을 받았다.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김자경오페라단이 어느덧 30주년을 맞아 데뷔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오는 28일부터 5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되는 김자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에는 오페라 공연이 드문 만큼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비올레타역에 소프라노 박정원 (한양대교수).신지화 (이화여대교수) , 알프레도역에 테너 박세원 (서울대교수).안형렬 (호서대교수) , 제르몽역에 바리톤 고성진.장유상 (단국대교수) , 플로라역에 메조소프라노 김현주.조영해 등이 더블 캐스트로 출연한다.

또 부천시향 (지휘 임헌정) 과 부천시립합창단.전미례무용단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1853년 베니스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된 베르디의 출세작 '라 트라비아타' 는 '타락한 여인' 이라는 뜻. 1700년경 파리 사교계를 무대로 '고급 창녀' 비올레타와 프로방스 출신 귀족청년 알프레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을 그린 애틋한 멜로 드라마다.폐결핵에 걸린 여주인공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전형적인 낭만주의 오페라다.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2중창 '축배의 노래' 를 비롯, 제르몽이 부르는 아리아 '그리운 프로방스의 바다로'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02 - 393 - 1244. 이 작품 외에는 6월13일부터 16일까지 같은 무대에 오르는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원술랑' 이 올해 상반기 오페라 공연의 전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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