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단체, TV범죄재연프로 강력폐지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TV 범죄재연 프로에 대한 모방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재연 프로 폐지' 를 포함한 강경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경북 영주시에서 10대 소년이 TV 프로를 모방한 강도행각을 벌인 데 이어 5일 경기도 성남시에선 16세 서모군등 2명이 13세의 중학생을 야산으로 끌고가 테이프를 양손과 눈.입에 붙이고 목 졸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 역시 "TV 에서 범죄수법을 배웠다" 고 진술했다.

이에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6일 "다음주 중으로 TV 제작진과 경찰청 관계자, 시민들과 함께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모아 범죄 재연 프로 폐지운동을 전개하겠다" 고 발표했다.

YMCA 이승정 부장은 "그 동안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에서 범죄 재연 프로그램에 대한 폭력.선정성과 모방범죄 위험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이 개선의 노력을 보이지 않아 결국 범죄로 이어졌다" 며 "폐지만이 궁극적인 해결책" 이라고 말했다.

YMCA측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예비 설문등의 조사를 벌인 결과 초등.중학생들이 MBC '경찰청 사람들' 같은 프로를 즐겨 시청하고 있으며, 범죄에 대해 무감각 해지는 등 문제가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청회 자료를 만들기 위한 정식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이부장은 "설문 결과와 공청회 자료를 토대로 방송사.관계 당국 항의 방문, 서명 운동을 포함한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 반드시 시민들의 뜻을 관철시키겠다" 고 밝혔다.

이에 앞서 YMCA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공동으로 KBS - 2TV의 범죄재연프로 '공개수배 사건25시' (지난달 25일 방영)에 대해 "성폭력 범죄를 재연하면서 마치 에로 비디오물처럼 구성했다" 며 공개사과와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한편 방송위원회도 2일 역시 같은 프로에 대해 보도.교양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징계' 처분의 사전절차인 '의견 진술 통보' 결정을 내렸다.방송위는 지난 2월 재연 프로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었다.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