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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풀리는 공매도 … 득 될까 독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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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해열제가 될지, 냉각제가 될지는 두고 봐야 안다.” 8개월여 만에 허용되는 공매도에 대한 전망은 이처럼 엇갈린다. 지난해 10월 13일 정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할 당시만 해도 공매도는 증시를 실제 가치보다 더 얼어붙게 하는 냉각제였다. 그런데 올 들어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푼 유동성으로 인해 주가가 이상 과열을 보이는 상황에선 열을 내려 정상화시켜 줄 해열제가 필요하게 됐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세계 각국 정부는 잇따라 공매도를 허용하는 추세다.

우리 정부도 6월 1일부터 비(非)금융주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키로 한 상태다. 그러나 이미 남북한 긴장 고조로 증시가 조정 국면에 빠진 상황에선 공매도가 자칫 증시를 과도하게 얼어붙게 하는 냉각제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 20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허용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식을 미리 빌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다음 달 1일 공매도가 허용되면 즉각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조선주와 건설주에 대한 대차잔고(빌린 주식 잔고)가 특히 급증했다. 삼성중공업의 대차잔고는 시가총액 대비 9.9%에 육박한다.

반면 정부가 비금융주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기로 결정하자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대구은행 등 금융주의 대차잔고는 오히려 급감했다. 대신증권 이승재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허용 발표 이후 금융주에 대한 대차잔고는 줄어든 반면 조선과 건설주 등의 대차잔고는 늘었다”며 “이는 공매도를 염두에 두고 주식을 빌린 것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공매도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주식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과 건설주에 대한 대차잔고가 급증한 것은 이들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부정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공매도=투자자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나중에 그 주식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기법이다. 가령 삼성전자 주가가 60만원일 때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55만원일 때 매수해 갚으면 5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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