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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 - 아세안 정상회의, 외교 지평 넓히는 기폭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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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대통령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다음달 1, 2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한국과 아세안의 대화 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해 개최되는 이 정상회의는 한국 외교가 ‘4강(强)외교’의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21세기의 중심인 아시아로 지평을 크게 넓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남아 10개국 정상을 한자리에 모아 모처럼 우리가 주재하는 회의인 만큼 뭔가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일회성 전시 행사로 끝나선 안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태국, 싱가포르에서 미얀마까지 동남아 10개국의 정치·경제적 연합체인 아세안의 존재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 대상이다. 해외투자와 건설수주액에서도 아세안은 한국의 두 번째 큰 시장이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3명이 아세안 국가 출신이며, 한 해 약 10만 명의 결혼 이주자 중 25%인 2만6000여 명이 베트남·태국·필리핀·캄보디아 등 아세안 사람들이다. 또 아세안은 우리 교민과 근로자 25만 명이 나가 있는 곳이고, 해외에서 부는 한류 바람의 중심이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미들 파워(middle power)’ 국가인 한국 입장에서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는 외교적 레버리지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세안은 중국이나 일본 같은 강대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통합 논의에 본능적인 경계심을 갖고 있다. 반면 식민지 지배나 제국주의의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경제·문화 강국인 한국은 매력적인 파트너로 인식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감에 기초한 자발적 협력을 유도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아세안에 한·중·일이 참여하는 ‘아세안+3’의 협력틀 속에서 동아시아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는 지적 공헌자 역할을 해왔다. 아세안과 손을 잡는다면 단순한 아이디어 제공자 차원을 넘어 통합 논의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아세안과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토대를 이번 정상회의에서 다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