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야망의 전설'…시대상황에 얽힌 사랑과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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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 주말극은 멜로나 일상사를 그리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KBS의 '파랑새는 있다' 나 MBC '그대 그리고 나' , SBS '사랑해 사랑해' 어느 것을 보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4일 밤8시 시작되는 KBS2 '야망의 전설' (연출 이녹영. 극본 최완규) 은 다르다. 60~70년대 격동적인 시대 상황이 드라마에 그대로 묻어난다.제작책임자인 장기오 KBS 드라마국 주간은 "주말극으로서는 실험적인 시도" 라고까지 말하는 정도다.

그렇다고 SBS '三金時代' 같은 정치드라마는 아니다.굳이 비유한다면 과거 MBC '여명의 눈동자' 식이라고나 할까. 커다란 줄거리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인생역정이지만 삶 자체가 시대상황에 얽혀들게 된다.

60년 마산. 정우 (유동근) 와 정태 (최수종) 는 형제다.그러나 형은 일류대를 나와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수재지만 동생은 주먹이나 쓰고 다니며 말썽을 일으킨다.

어느날 정태의 아버지가 야당으로 선거운동을 벌이다 좌익으로 몰려 잡혀간다.반공청년단의 음모. 정태는 유력자를 찾아가 반공청년단에 가담할테니 아버지를 풀어달라고 한다.

한편 정우는 우연히 연회에서 김인애 (채시라) 라는 여인을 만난다.서로에게 마음이 끌리는 두 사람. 이쯤에서 짐작이 가듯이 이들 형제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역사에 맞물려서다.정우는 뜻하지 않게 5.16 주도세력이 되어 권력의 핵심에 자리잡게 되고 동생 정태는 반대로 강제노역을 치르는 등 온갖 고생을 겪고는 형의 도움으로 대북 특수공작원이 된다.

제작진 "극중의 유진하의원, 5.16을 주도한 것으로 묘사된 장형필 등 실제 인물과 비슷한 등장인물이 몇몇 있다" 고 말한다.때문에 '과연 원래 모델이 누굴까' 생각해보는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할 듯. 그러나 반공청년단이 야당을 습격하는 부분 등 폭력적인 장면이 곳곳에 나오는 것은 앞으로 KBS가 조금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40을 넘은 유동근이 극 초반 20대 젊은이 역할을 하는 것도 어색하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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