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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은행들 개인대출 회수 작전…전화가 불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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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직원 사후관리 요원화' '초동단계 진압' '전담요원 분산배치' . 각 은행의 여신관리부는 요즘 반 (半) 전투상태다.하루가 다르게 폭증하는 가계대출 연체 때문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외환.신한 등 7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금은 지난 2월말 현재 1조5천5백24억원. 97년말 (1조88억원) 보다 50%이상 (5천4백36억원) 늘어났다.연체비율도 4.0%에서 6.5%로 껑충 뛰었다.

1백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에 이 연체비율을 적용할 경우 연체액수는 6조5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부실 대출은 은행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연체금 회수에 사활을 걸다시피한 은행도 나오고 있다.

기아사태 이후 가계부문이 부실우려가 낮다고 판단, 대출을 과감히 늘렸던 은행일수록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제일은행은 모든 직원이 연체대출 정리에 나서는 '연체여신 대감축운동' 을 벌이고 있다.

대출 담당자에게는 거액.장기 연체대출을 배분하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일시.소액연체를 나눠서 일정 비율 이상씩 줄이도록 했다.외환은행은 10명의 시간제 직원을 채용, 하루종일 빚독촉 전화를 한다.

"이번 달에는 얼마가 연체됐습니다" 고 알려주는 식이다.연체자 대부분이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을 것이므로 먼저 나서서 챙길수록 효과가 크다는 계산이다.국민은행은 연체회수 전담요원 1백36명을 최근 별도로 채용, 각 지역본부에 배치했다.월 기본급 30만원에 연체대출 회수액의 2~10%까지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요원 중에는 전직 형사도 눈에 띈다.대출 회수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해 '채무자 신체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는 내규를 마련했다.가계연체금 급증은 IMF 한파 이후 본격화하기 시작한 부도 - 감원 - 감급의 파고가 개인에게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 (국민은행 리스크관리부 李愚珍 차장) 이다.

은행들의 연체관리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직장 신용대출의 경우 한달에 한번씩 미리 재직여부를 확인 (하나은행) 하고, 퇴직한 경우 대출금 회수에 나서거나 연장하더라도 일부 금액을 상환하도록 (신한.보람은행) 하는 식이다.그러나 금융관계자들은 이제부터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업 부도는 보통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 하반기에 '가계파산 폭발' 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금융연구원 양원근 (梁元根) 박사는 "가계대출의 부실도 기업과 같은 경로를 통해 생기고 있다" 고 설명했다.

박장희·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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