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는 장·차관 시어머니, 국회까지 왕따…견제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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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각종 위원회의 활동이 13일 야당 의원들의 표적이 됐다.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위원회 중심으로 움직이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했다. 주요 정책이 위원회 중심으로 수립되면 행정부처는 허수아비가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한나라당 최경한 의원은 위원장이 장관급인 위원회가 16개라는 점 등을 거론하며 "한마디로 정부조직법상의 정부는 2중대로 밀려나고 '위원회 정부'가 1중대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지금 시어머니 격인 위원회의 눈치나 보면서 이 위원회, 저 위원회로 불려다니기 바쁜 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이 되겠느냐"고도 했다.

최 의원은 참여정부가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은 "정부조직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총리는 이 위원회들을 대폭 정비하도록 대통령께 건의해 달라"고도 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천도문제와 지역균형발전.지방분권.정부혁신.고령화 대책 등 모든 국가적 어젠다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손에 달려있지만 위원회는 엉터리 지도를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원회 집단이 1년반 동안 한 일은 253개의 로드맵(일정표)을 만든 것"이라며 "로드맵을 만드는 동안 경제부총리와 장관.공무원, 심지어 국회까지도 왕따당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일자리가 3만개 줄어들었고, 서민들은 숨쉬기도 어려운데 이 정권은 허송세월하고 있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위원회를 상대로 묻고 싶은 게 있어도 실세 위원장들은 국무위원이 아니라는 핑계로 국회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국회법과 정부조직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규를 바꿔 각 위원회의 활동을 국회가 따지고, 검증하는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해찬 총리는 답변을 통해 "스스로 정책을 결정해 집행하는 위원회는 4개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통령에게 정책을 제안할 뿐 최종 결정은 소관부서에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원회 중 필요한 것은 더 발전시키고, 시효가 만료된 조직들은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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