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년이 된 전교조, 성숙한 변화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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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오늘로 출범 20주년을 맞는다. 양심적 교사들의 참교육에 대한 열정이 전교조의 시발점이었다. 전교조라는 이유로 1500명이 넘는 교사들이 해고돼 교단을 떠나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10년 전 합법화를 이뤄내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간 전교조가 나름의 성과도 거둔 게 사실이다. 촌지, 교재 채택료 안 받기 등 깨끗한 학교 만들기로 학부모 지지를 받았다. 교사·학부모의 학교운영 참여 확대로 권위주의적인 학교 문화를 고치는 데 일조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 교육이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돼온 배경에 전교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교조는 사사건건 교육정책의 발목을 잡고, 대안 없는 반대 투쟁을 일삼았다. 교사단체의 순수성은 아랑곳없이 투쟁방식은 거칠고 때론 무모했다. 교원평가제 반대를 위해 교실을 떠나 거리로 나와 벌인 연가(年暇)투쟁이 그렇다. 사회·정치적 사안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학생에게 편향된 이념을 주입하는 반교육적 일탈도 서슴지 않았다. 교육현장의 요구와 동떨어진 전교조의 행태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전교조는 지금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탈자가 늘고 있다. 창립 멤버들도 초심에서 벗어난 전교조 활동 방식에 고개를 젓고 있다. 이제 전교조가 존립하려면 달라져야 한다. 정치투쟁 단체와 이익집단의 이미지, 반대와 저항의 이미지를 씻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의 본분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직 운동가나 조합원이기 이전에 선생님이 아닌가.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게 교사의 본분이다.

전교조는 20주년을 맞아 “창립정신으로 제2의 참교육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운동은 열정과 헌신으로 아이들을 껴안았던 초기 참교사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전교조가 교육의 걸림돌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