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조율 실패한 GM 파산보호 신청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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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회생 여부를 둘러싸고 관심이 쏠렸던 미국의 GM이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파산보호 신청에 따라 부실을 털어낸 새 GM(굿GM)이 출범할 경우 중·소형차 생산기지인 한국의 GM대우는 우량 자산으로 분류돼 굿GM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자동차도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의 호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M 파산보호 신청 임박=GM이 빚을 탕감받기 위해 벌여온 채권단과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GM의 파산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CNN머니는 27일 “이날 오전까지 출자전환에 동의한 채권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GM은 지난달 초 채권단에 채권(총 270억 달러)의 90%인 약 240억 달러를 탕감받는 대신 구조조정 후 굿GM법인의 지분 10%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의 시한이 26일 만료됐지만 채권단의 동의를 거의 얻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약속한 자구계획 마련 시한인 다음 달 1일 이전에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채권단이 반대한 이유는 노조와 형평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GM과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퇴직자 의료보험기금(VEBA) 출연금 200억 달러를 100억 달러로 줄이고 나머지는 회사 지분 17.5%로 지급하는 방안에 최근 합의했다. 이에 비해 채권단에는 훨씬 혹독한 희생을 요구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 미 정부 주도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한 뒤 굿GM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 정부는 GM에 최소 500억 달러를 제공하고 굿GM의 지분 70%를 받게 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정부가 GM의 파산보호 일정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최대주주가 된 정부의 관리가 GM 이사회에 참여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파산보호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을 거친 굿GM이 출범할 경우 GM대우는 여기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GM대우 관계자는 “규모와 기술력에서 중·소형차 생산·개발기지로서 GM대우를 대체할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GM 측과 GM대우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28일 GM대우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M대우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GM대우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한국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데 이 경우 국내 다른 업체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GM의 몰락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소형차와 친환경차 기술 등 경쟁력을 갖출 경우 큰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위원은 “현재 30%에 달하는 GM과 크라이슬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조만간 20%로 줄 것”이라며 “늘어난 10%의 시장을 두고 한국과 일본 업체가 다툴 텐데 원화가치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 등의 경쟁력이 있는 현대·기아차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학회장인 가톨릭대 김기찬(경영학) 교수는 “현대·기아차에는 이번이 기회가 되겠지만 시장 점유율만 늘리려다 정서적 반감을 샀던 과거 일본 업체의 경험을 살려 현지 기업과 상생하는 전략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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