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 골 넣은 선수는 쉬는 게 도리” 카페 글 공개

중앙일보

입력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 올렸던 글 가운데 일부가 27일 오전 공개됐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장의의원회 측이 언론 등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용도로 사용 중인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의 글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노 전 대통령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대학 총장 선거에서 직선제를 시행하면 잡음과 후유증이 많다는 지적에 총장 직선제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대학교수 사회가 그 수준이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앞으로도 우여 곡절이 많겠구나 싶었습니다”라며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요? 이런 사실을 가지고 민주주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썼다.

또 미국 정치에서 하나의 법안이 각 집단의 정치적 협상을 거치며 초안과 크게 달라지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보다 한참 심하다고 해야 할 것 같지요? 보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것이 정치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아야 할까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지난 4월13일 비공개 연구카페에 글을 올려 ‘한국의 진보주의가 걸어온 역사를 점검해보자’는 계획을 세웠고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는 진보의 정권이었는가? 제3의 길, 유럽의 진보주의 기준으로 평가해 보자”며 글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5월 6일에 올린 글에는 ‘이제 제가 더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지요?’라고 썼다. 지난달 30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시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그래도 이름값으로 어떻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보고 싶어서 억지를 부렸는데, 이젠 한계에 온 것 같네요”라며 “자책 골을 넣은 선수는 쉬는 것이 도리일 것이고, 또 열심히 뛴다고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이 이 게시판에 쓴 마지막 글은 15일에 쓴 ’수소경제, 스마트 그리드’ 관련 주제를 찾아보자는 내용의 글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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