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4자회담때 북한에 "고집불통" 혀내둘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의 대 (對) 한반도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의 행태에 식상, 한국 신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선 대 북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지난 4자회담 2차 본회의 때 나타난 북한의 태도에 대해 미 정부가 넌더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는 25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미외교협회 (CFR) '코리아 프로젝트' 토론회에서도 드러났다.

토론에 참석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4자회담에 참석했던 미측 대표의 브리핑을 청취한 뒤 그동안 대북 식량지원 등 미측이 보인 유화조치에 대한 북측 반응이 지극히 미흡하다는데 공감했다.

또 이들에게 북한은 '지겨운 나라' '골칫거리' 로 비춰지고 있다.

이날 4자회담에 참석했던 미측의 한 고위관리도 브리핑에서 미국이 대북정책과 관련, 유연한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단호한 입장을 고수한데 대해 한.미.중국 대표단 모두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질타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날 모임에선 대북제재도 점차 해제돼야 한다는데 참석자들간에 별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북한 지도부내 온건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제재완화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고 또 반드시 북측의 상응하는 조치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다.

이는 한국 신정부에 대한 미측의 신뢰가 높음을 뒷받침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지난 김영삼 (金泳三) 정부의 정책에 신뢰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 주도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던 적지 않은 미국내 전문가들이 한국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었다" 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코리아 프로젝트' 는 4월말 한국측과 최종협의를 거쳐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방미 직전 발표될 예정이다.

미측 최종보고서의 건의사항에는 미 정부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 한반도 전담대사 임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인권개선 문제에도 미국이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리처드 앨런 전백악관 안보보좌관,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 모턴 아브라모비츠 전국무부 정책실장, 리처드 솔로몬 전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스티븐 솔라즈 전하원의원 등 전.현직 미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