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난 의식없는 재·보선 혼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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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투표 사흘을 남겨둔 영남의 4개지역 재선거.보궐선거가 막판에 갈수록 과열.혼탁양상을 보인다는 소식이다.

이번 선거가 새 정부출범후 민심을 측정할 첫 선거라는 점과 야세 (野勢)가 강한 영남지역에서의 여야승부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와 관심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게다가 고비용 정치구조를 깰 정치개혁의 부담을 안고 있는 정치권이 오직 선거승리를 통한 정국의 기선잡기만을 목표로 재.보선을 과열로 몰아가는 것은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 각 정당이 선거현장에 마치 중앙당을 옮겨놓다시피 당력 (黨力) 을 기울이는 것이 과열의 주원인이 아닌가.

또 오직 당선만 되고보자는 식의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으로 야당은 지역감정을 공공연하게 선동하고, 여당은 분별없는 지역개발공약으로 표를 낚으려는 현상이 4개지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책대결은 처음부터 보이지도 않고 인식공격.흑색선전이 나도는 것도 전과 마찬가지라는 소식이다.

우리는 IMF체제하에서 실시되는 이번 선거가 국가위기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이나 자제도 없이 치러지고 있는데 대해 개탄하면서 이런 선거판을 만들고 있는 여야정당들의 고질적인 체질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선거가 나라와 정치발전에 의미와 보람있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자면 4개지역 유권자들이 현명한 투표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우선 지역감정 선동과 지역개발공약에 유권자들은 흔들리지 말기를 바란다.

여야의 대립을 지역대립으로 몰고가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지역감정 자극을 득표수단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정책무능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 지역개발도 여당의원이 나오면 잘 되고 야당의원이 뽑히면 잘안된다는 사고방식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정부.여당이라면 표를 달라고 할 자격도 없다.

그런 것보다는 새 정부를 밀어줄 것이냐 견제할 것이냐, 후보자의 됨됨이와 경력으로 보아 깨끗한 정치를 할 사람이냐 아니냐, 이런 것이 더 바람직한 투표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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