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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성패 미끼상품이 좌우"…백화점 품목선택 고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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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떤 미끼를 던져야 고객의 지갑이 열릴까. " 요즈음 백화점 업계의 화두 (話頭) 는 봄 정기 바겐세일때 내놓을 '로스 리더' (마진이 거의 없는 미끼상품) . 백화점 업계는 IMF 이후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거의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돼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직 고객 1인당 평균 구입액 (객단가) 은 예년의 60~80%에 머물고 있지만 싸다는 느낌만 강하게 심어주면 불을 댕기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싸다는 느낌을 주는 방법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백화점마다 겨냥하는 고객 층이나 유인 작전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급 이미지가 강한 갤러리아 압구정점은 12만~25만원 선인 엘리자벳.탠디 등 고급 구두를 하루 50켤레씩 한정해 2만5천원에 내놨다.

소량이지만 고급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속셈이다.

반면 경방필은 가격을 수선료 수준인 5천~9천원으로 낮추는 대신 무명 브랜드인 그라시아.모나코를 미끼상품으로 택했다.

같은 금강구두를 취급하면서도 미도파는 2만5천원짜리로 가격을 맞췄으나 그랜드는 3만5천원, 롯데.현대는 4만원짜리로 차별화했다.

제각기 다른 객단가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고객 층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롯데는 4만원짜리 신사복 (오조크 재킷) 부터 17만원짜리 (피에르가르뎅 신사복) 까지 로스리더 가격대를 폭넓게 잡았다.

삼성플라자 분당점 (브르다문 재킷 10만원).그랜드 (바쏘 5만9천원).미도파 (클레오파트라 재킷 3만원) 등 대다수가 10만원 이하라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과 대조적이다.

로스 리더를 보면 각 백화점의 특장이 드러난다.

그랜드 일산점은 지난해 11월 수입된 원가 65만원짜리 일제 혼마 투스타 티타늄우드를 54만9천원에 판매하는 등 골프채 5종 1억5천여만원어치를 수입 원가보다 10~35% 싸게 내놨다.

또 그레이스는 세일 기간 중 하루 2차례씩 생식품.이월상품을 한정 특판함으로써 고객의 주머니를 자극한다는 전략이고, 블루힐은 6만5천원짜리 메리퀸 양모이불 등 침구.홈패션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애경은 계열사인 애경산업 치약.세제 등 공산품과 생식품을 평소의 절반 이하로 값을 내려 로스리더 상품군을 짰다.

경방필은 지난 달에 이어 피에르가르뎅 재고품을 광고전단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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