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월 14일 연재를 시작한 ‘시가 있는 아침(이하 ‘시아침’)’이 12년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27일 3000회에 이른 것은 독자의 변함 없는 성원 덕분이다. 독자들은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서너 달씩 매일 아침 ‘시 배달’을 했던 시인 필자들과 내밀하게, 그러나 뜨겁게 소통했다. 수시로 e-메일이나 편지를 보내 필자들을 격려했다. 온라인에서 친해진 뒤 오프라인에서 돈독한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시아침’ 필자들은 “독자는 나의 힘”이라고 말한다.
최씨는 2007년 김선우(39) 시인의 ‘시아침’ 연재 글에 반해 ‘열혈팬’이 됐다고 했다. 시 낭송회 등 김 시인이 참여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빠트리지 않고 쫓아다니다가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됐다. 최씨는 김 시인의 서정시가 “관능적이면서도 쿨하다”고 평했다. “젊은 사람답게 사랑에 집착하지 않고 상처를 입더라도 유연하게 극복해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것이다. 특히 “김 시인의 시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중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라는 구절이 찡하다”며 “10년 전 남편을 사별한 내 심경에 꼭 맞아 떨어지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 아침 시를 읽기 시작한 후로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선지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를 기대했다가 충족되지 않더라도 예전처럼 상처받는 일이 사라졌다”고 고마워했다.
[일러스트레이션=강일구 ilgoo@joongang.co.kr]
◆“시아침은 이른 아침 정화수 한 잔”=문정희 시인은 “때로는 악취 나는 사건까지 전하는 신문 지면에서 ‘시아침’은 그 누구도 침범치 않은 정화수같은 신선함을 선사한다”며 “그래서 오랜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권영민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시아침’의 장기간 연재는 외국 신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라며 “신문 독자들이 이를 하나의 문화 체험으로 적극 껴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