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누비는 건설 한국] 800m 고공에 450t 짜리 첨탑 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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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건설은 인천 송도 앞바다의 인천대교를 짓는 데 각종 첨단공법을 동원했다. 지상 제작장에서 미리 만든 길이 50m의 상판을 바지선으로 옮겨 다리 위에서 조립한다.

 삼성건설은 초고층과 교량·고급토목·하이테크·발전플랜트 등을 핵심 상품으로 정하고 이들 분야의 글로벌 수준 기술력 달성에 전력해 왔다.

삼성건설의 초고층 기술이 빚은 결정체는 완공이 다가오는 두바이의 버즈두바이다. 지상에서 높이가 800m를 넘는 이 건물 공사의 하이라이트는 첨탑 리프트업. 빌딩 꼭대기에 지어지는 뾰족한 모양의 첨탑은 일반적으로 스파이어와 피너클로 구성된다. 피너클은 말 그대로 하늘 높이 솟는 거대한 쇠파이프를 의미하고, 스파이어는 이런 피너클을 지탱하는 하부 구조물이다.

버즈두바이는 올 1월 하부 구조물 공사를 끝내고 730m 이상 도달한 상황에서 피너클 공사를 진행했다. 바로 이 피너클을 올리기 위한 것이 첨탑 리프트업 공법이다. 버즈두바이의 피너클은 무게만 450t, 길이는 143m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지상 600m까지 구조물을 올리는 것도 문제지만 구조물을 들어올릴 수 있는 타워크레인 설치가 불가능하다.

삼성건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첨탑을 지상에서 여러 조각으로 나눠 제작해 끌어올린 후 지상 600m 지점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구체적으로 지상에서 25개에 달하는 피너클 구조물을 제작해 타워크레인을 통해 하나하나 꼭대기로 끌어올리고 하나씩 쌓아 용접해 피너클을 건물 내부에서 만들었다. 이후 구조물을 3개의 강선묶음과 유압잭으로 연결해 건물 밖으로 밀어올리는 공정을 진행했다. 이를 끌어올리는 데 한 달 넘게 걸렸다.

삼성건설은 민자 도로와 연결도로를 포함해 총 연장 길이가 21.4㎞로 세계 6위 규모인 인천대교를 설치하고 있다. 선박 주항로 구간에 위치한 사장교는 교각 사이가 800m, 주탑 높이가 238.5m인 세계 5위 규모다. 그런데 인천대교가 건설되는 송도 앞바다의 공사 환경은 최악이다. 바람이 심하고 안개가 잦다. 하루에 두 번씩 바뀌는 조수간만의 차가 평균 9.27m, 밀물과 썰물 때는 유속이 초당 1.27m에 달한다. 주어진 공사기간은 52개월.

삼성건설이 악조건에서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기 위해 도입한 대표적 신공법이 바로 FSLM(Full Span Launching Method). FSLM공법은 1경간(교각 간의 거리)에 해당하는 상판을 지상 제작장에서 미리 만든 뒤 바지선으로 이동,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 운반용 차량에 실어 제 위치로 이동시키는 방법이다. 상판은 길이 50m, 폭 16m, 두께 3m에 무게가 1400t인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인천대교에는 이런 상판이 모두 336개 설치됐다.

삼성건설은 주경간 길이만 3000m가 넘는 꿈의 현수교 건설을 위한 신공법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현장 적용 실험까지 마친 상태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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