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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실업대책, 방향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업에 대처하는 정부 정책이 재원마련 방법에 있어서나 지원대상 및 방법에 있어서나 일관성 없이 부처간에 입씨름만 하고 있다.

적게는 1백50만명에서 많게는 2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실업규모는 우리 사회가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큰 일이다.

생산요소의 효율성보다는 양적인 투입확대로 성장을 해온 기존의 성장전략이 파탄이 난 이상 완전고용은 더 이상 지탱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실업대책 혹은 더 넓게 고용정책의 방향은 우선은 구조조정을 하고 그 바탕위에 새로운 산업이 커가서 다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과도기에 실업근로자의 고통을 어떻게 덜어주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실업근로자에 대한 지원은 지원방법에 따라 효율성의 추구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경험이 보여주듯 실업지원 프로그램이 훌륭하면 그만큼 구직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 실업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발생한 실업의 대부분은 금융부문의 사무직, 건설 및 유통부문의 일용직과 관리직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아직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의 대량해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현재 다수의 대기업은 다음달부터 고용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경우 민주노총과 같은 상위조직이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커 사회적으로도 노사정 (勞使政) 합의의 정신이 지켜질지 염려스럽다.

따라서 대책도 계층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업상태의 임시 및 건설일용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회간접자본 공사의 조기발주나 취로사업의 확대가, 사무직에 대해서는 재훈련과 창업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고용보험이 보호하지 못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회부조의 차원에서 복지지출을 확충하고 종교 및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전국민적 지원운동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출에는 한계가 있다.

마련 못할 재원을 놓고 입씨름만 하지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을 국민에게 솔직히 밝히고 구조조정이 빨리 될수록 고용창출이 늘어난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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