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실 녹음으로 재구성한 괌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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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활주로가) 안보이잖아" "미스트 어프로치 (착륙시도 잘못)" "복항하라, 복항하라" "덜커덩 쿵…, 부웅" "뚜뚜뚜…" - . 지난해 8월6일 0시42분26초 괌공항 인근 니미츠힐에 추락, 2백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 801편 조종실을 뒤흔든 마지막 육성은 절규와도 같은 '복항하라' 는 기장의 명령이었다.

조종실은 사고 28초 전까지도 최저안전고도를 무려 2백40여m나 저공 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평온한 비행을 하고 있었다.

사고기 조종실 녹음기록에 나타난 기장 (박용철.42) 과 부기장 (송경호.41).기관사 (남석훈.58) 3명의 대화내용으로 사고당시 상황을 재구성한다.

◇ 착륙준비 = 0시21분부터 폭우가 쏟아지며 괌공항 인근 기상이 악화됐으나 조종실은 평온하다.

- 기장 : 이거 정말로 졸려서….

- 부기장 : (기상이) 안좋네요.

◇ 접근 = 활주로로부터 18㎞ 떨어진 지점에서 사고기는 관제소로부터 6번 활주로를 지정받는다.

이때 조종실은 관제소로부터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관제소에 복명 복창을 하지 않았고 관제소도 조종실에 고장사실을 다시 통보하지 않았다.

- 기관사 : 아니, 글라이드 슬로프가 됩니다.

- 기장 : 예? 예, 되네요. - 부기장 : 글라이드 슬로프가 왜 나오죠?

◇ 충돌 = 접근 관제소에서 공항 관제탑으로 관제가 이양된 사고기는 최저안전고도를 침범해 저공비행을 계속했지만 관제탑은 최저안전고도경보시스템 (MSAW) 이 고장나 이를 항공기에 알려주지 못했다.

조종실은 항공기내 지상충돌경보장치 (GPWS)가 울린 뒤에야 위험을 직감했지만 고도와 위치를 착각한 듯 하강을 계속해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 기관사 : (활주로가) 안보이잖아.

- 기장.기관사 : 웽! (놀란 표현) (최저고도 침범 및 곤두박질할 우려가 있다는 경보가 잇따라 울림)

- 부기장 : 착륙시도가 잘못됐습니다.

- 기관사 : 복항!

- 기장 : 복항하라, 복항하라. (이후 대화는 끊겼고 고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경보가 이어진다)

- "덜커덩, 쿵" (기체가 땅에 부딪치는 소리) "부웅" (급상승 위한 엔진 최대출력 소리) "뚜뚜뚜…" (작동 31분1초만에 CVR 작동 완전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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