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보(136~145)=흑▲로 씌워 최후의 중앙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백집을 먼저 세어보면 좌상 7집, 우상 5집, 우하 10집, 하변 16집으로 모두 38집이다. 덤까지 44집 반. 흑은 우변 16집, 상변 2집이고 여기에 좌변으로 빙 돌아간 집과 중앙이 남아 있다. 핵심은 좌중앙의 경계선이 어디서 그어지느냐 하는 것. A의 선으로 그어진다면 25집에 불과하니 모두 43집. 전반적인 흑의 두터움을 고려할 때 승부를 보려면 이 A의 선이 백에는 마지노선이다. 백은 결사대를 띄워 B선까지 진출해야 희망이 있다. 이 계산에 맞춰 ‘참고도’가 그려졌다. 백의 유일한 침투 고리인 1, 3의 돌파와 5, 7, 9의 선수. 그 다음 11쯤 두어 생사를 하늘에 맡긴다는 구상이다. 생존 확률은 기껏 해야 10~20%. 하지만 이런 옥쇄 전법만이 전황을 뒤흔들 수 있는 유일한 승부수라는 건 쿵제 7단도 잘 알고 있다. 이때 136이 떨어졌다. 이어만 준다면 ‘참고도’의 결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의 137이 비수처럼 배후를 치고 나오자 ‘참고도’는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다. 한시가 급한데 136은 머뭇거렸다. 그 틈을 치고 나가 승부수를 봉쇄한 137의 승부 호흡이 실로 날카롭다. 141까지 방어막을 친 뒤 비로소 143에 잇자 이제 B까지 진출하는 길은 너무도 아득해 보인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