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업대책 혼선…'돈없는 정책'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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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실업대책을 놓고 혼선에 빠져있다.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풀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실업대책의 요체는 결국 '돈' 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실업자가 1백만명일 때는 실업재원이 5조원, 2백만명일 때는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주먹구구식' 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니 실업자의 숫자, 필요한 돈의 규모, 이를 마련할 방도 등에 대해 제대로 가닥을 잡았다는 인상을 줄 수가 없다.

마련한 재원을 실업자를 직접 지원하는데 주로 쓸지, 아니면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써야 할 지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정치권이나 정부 일각에서는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막막한데도 뒷감당 못할 실업대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공무원 봉급을 깎아 1조1천억원의 실업재원을 새로 마련하겠다는 대책도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24일 "본격적인 대량실업시대를 처음 맞이하는 것이어서 대책의 방향을 놓고 정부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는 단기 대책에 집착할 경우 경제회복을 더디게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실업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 (KDI) 김대일 (金大逸) 박사는 "실업자를 직접 지원하는 단기 대책보다는 금융권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게 보다 근본적인 실업대책" 이라고 지적했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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