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 빌려준다지만…실직자엔 '그림의 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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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부가 무기명 장기채를 발행, 실업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대출에 쓰기로 했지만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실업자들에겐 '그림의 떡' 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재정경제부와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23일 발행 예정인 1조6천억원 규모의 고용안정채권 매각대금을 실업자들에게 종류별로 3백만~3천만원씩 대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 업무를 근로복지공단에 맡기면서 대출창구를 3개 은행으로 지정하고, 나중에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 대출금을 대신 물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해 근로복지공단이 난감해하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담보를 잡거나 연대보증을 통해 대출해주도록 대행 은행에 요구토록 해 은행들이 까다로운 대출조건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생계자금이 필요한 실업자가 연대보증인이나 담보를 어디에서 구해오겠느냐" 며 "정부가 요구하는 대출조건은 은행 여신규정과 다를 바 없어 금리만 낮을 뿐이지 그냥 은행에 가 대출받으라는 것과 똑같다" 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증보험회사를 이용하라고 하지만 보증보험사 대출보증은 직장인으로 한정돼 있어 실업자는 보증받을 수 없는 형편" 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측에서도 "실업자는 신용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대출해줬다 회수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 책임지라고 하면 어떻게 대출해줄 수 있느냐" 며 "결국 담보나 연대보증인이 없는 실업자에게는 대출이 어려울 것" 이라고 밝혔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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