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 뛰어넘는 인터넷 번역 자원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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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모국어로 인터넷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돕는 자원봉사 번역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지만 대부분의 콘텐트가 영어로 쓰여 비영어권 네티즌이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자원 봉사자들이 더 많은 지구인이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언어를 창조하는 셈이다.

유명 인사들의 강연내용을 현지어로 번역해 보여주는 웹사이트 TED의 빌 게이츠 강연 모습(캡쳐 화면).

비영리 시민 인터넷 미디어인 글로벌 보이시스(globalvoices.org)는 게시물을 중국어·일본어·아랍어 등 15개국 언어로 제공하는 ‘링구어 프로젝트’를 운영한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전 세계에서 104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한다. 봉사자들은 번역을 통해 국가와 언어를 넘어 다른 문화와 소통하고 공유하는 경험을 즐긴다.

영어 게시물을 아랍어로 옮기는 작업을 해온 시리아인 아나스 쿠티쉬는 “문화적으로 다른 두 언어를 번역하는 도전을 즐긴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15~20시간 자원 봉사한다.

석학과 유명 인사들의 강연을 보여주는 비영리 웹사이트인 TED(www.ted.com)는 강연 내용을 자원 봉사자들이 현지어로 번역해 게시하도록 했다. 1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한국어를 포함해 50여 개 언어로 강연을 번역해 올려놨다. 독일어 자원봉사자인 알렉산더 클라는 “언어의 장벽을 초월한 사고의 공유가 국가라는 한계를 뛰어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자동 번역 프로그램도 있다. 구글 번역의 경우 41개 언어에 대한 무료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자원봉사자의 번역은 기계 번역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언어의 미묘함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보이시스 설립자인 에단 주커만 하버드대 연구원은 “자원봉사자들이 번역에 참여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다국어 인터넷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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