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러시아 북한대사 박의춘으로 경질]실무형 세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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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손성필 (孫成弼.72) 러시아 주재 대사를 이달말 박의춘 (朴義春) 외교부 부부장으로 경질하기로 결정,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외교가에서는 90년 2월 이후 8년 넘게 주 러시아 대사직을 수행해온 孫의 경질을 두가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는 김일성 (金日成) 시대의 사람으로 러.북한간 혈맹관계에 집착하던 그를 실무형 전문가로 교체함으로써 북한 외교가 지금까지의 이념 집착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현실노선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북한이 외교에서도 김일성시대를 마감하고 김정일 (金正日)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임자인 朴이 알제리.시리아대사를 역임한 실무형 외교전문가라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두번째 해석은 김정일이 다시 모스크바를 남북한 외교접촉의 새로운 창구중 하나로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다분히 러시아의 희망에 기초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그동안 모스크바가 남북한 외교의 이면대화 채널로 활용되지 못한 것은 孫이 북한 외교부 내에서 흘러간 인물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데 있다고 설명한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한국의 새 정권 출범 직후 러시아 주재 대사를 과거지향적 인물에서 미래지향적 인물로 경질한 것은 남한측에 이에 상응하는 정치.외교력을 갖춘 대사를 보내달라는 신호일 수도 있다" 고 설명했다.

그는 조만간 발표될 한국의 신임 주러대사가 누가 될 것인가에 러시아측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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