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공작' 정치권으로 비화…정대철부총재, "구여권 인사등 북과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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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풍 (北風) 공작' 과 관련해 구속된 이대성 (李大成) 전 안기부 해외조사실장으로부터 극비문건을 입수, 청와대와 안기부에 전달한 정대철 (鄭大哲) 국민회의 부총재는 17일 "북풍의 주체는 안기부가 아니라 정치권이라는 게 문건의 핵심" 이라고 밝혀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국이 이 부분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경우 안기부 차원을 넘어 구여권 최고 수뇌부에 까지 '북풍불똥' 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鄭부총재는 "문건에는 현역의원을 포함, 구여권 인사들이 북풍공작에 관여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며 "당시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북측 관계자와 만난 구여권 인사의 이름과 만난 장소.대화내용까지 기록돼 있다" 고 전했다.

그는 또 "특히 남북간 최고위선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내용이 충격적" 이라고 밝혔다.

문건에는 "정재문 (鄭在文.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20일 베이징의 한 호텔 (張城飯店)에서 북한의 안병수 (安炳洙) 조국평화통일위원장대리를 만나 북풍을 불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3백60만달러가 든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전달했다" 는 내용이 여러차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또 "북한의 김정일 (金正日) 총비서는 '확실한 답변을 줄 수 없다' 고 응답했다" 고 돼있다.

이 과정에서 安위원장대리와 전금철 (全今哲) 아세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이 커넥션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鄭부총재는 "2백여쪽에 이르는 문건에는 북풍공작이 구여권 대선후보 (李會昌씨) 와 직접 연관이 있다는 얘기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재문의원은 그러나 17일 오후 국회 통일외무위에 출석,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1월 중국을 두차례 방문한 사실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면서 "두번째 방중 (訪中) 은 중국에서 라디오방송 관계 일을 하는 아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당시 숙소를 찾아온 安위원장대리와 1시간가량 개인적인 얘기를 했을 뿐 북풍을 요청한 적은 없다" 고 주장했다. 鄭의원은 또 "이미 두차례에 걸쳐 안기부의 조사를 받았으며 당과 협의해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조치를 밟겠다" 고 밝혔다.

문건에는 또 96년 4월12일의 15대 총선과 관련, '총선때 판문점에서 시위를 했듯이 하면 꼼짝 못할 것' 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당시 판문점 비무장지대의 북한군 진입사건도 공작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한편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은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대중대통령에게 문건관련 수사결과와 안기부 개혁방안을 보고했다.

청와대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 북풍사건과 관련한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으며 안기부와 검찰에 수사를 일임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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