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사회심리학]6.무대매너와 에티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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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를 세계 굴지의 오케스트라로 끌어올린 지휘자는 빌렘 멩겔베르크. 그는 1895년 음악감독 취임 후 청중의 고질적인 버릇 하나를 뜯어고쳤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출입구를 통제함으로써 귀부인들이 새로 맞춘 드레스를 뽐내기 위해 뒤늦게 출입문을 삐걱 열고 들어오던 악습에 쐐기를 박은 것. 공연장에서는 청중 뿐 아니라 연주자에게도 예절이 요구된다.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턱시도나 연미복.야회복을 입는 게 관례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각양각색의 복장으로 연주할 경우 청중의 주의력이 산만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 여성 협연자는 예외다.

양팔과 어깨는 물론 가슴까지 과감히 노출한 디자인이나 화려한 색깔이 허용한다.

또 청중에 대한 복장의 금기 (禁忌) 는 연주자에 비해 덜한 편이다.

팝.재즈 콘서트에서는 청바지와 T셔츠 차림의 연주자도 흔하다.

무대 위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옆 사람과 잡담도 나눈다.

또 청중에게 말을 건네거나 연주곡목을 연주자가 육성으로 직접 알리기도 한다.

청중도 마찬가지다.

캐주얼 복장을 입고 서서 마시면서 춤추고 떠드는게 예사다.

양팔을 흔들며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클래식에서 과감하게 복장의 금기를 깬 경우도 있다.

창단 26년째인 영국의 린제이4중주단은 무대에서 화려한 실크 셔츠에다 캐주얼 바지를 즐겨 입는다.

이들은 연주 도중 청중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작품 사이에 멤버들끼리 의견을 주고 받는다.

연미복 차림을 거부하기는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인 크로노스4중주단도 마찬가지다.

'클래식의 이단아'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즐 케네디. 그는 하늘을 찌를 듯한 펑크 머리에 더부룩한 턱수염, 실크 블라우스에 진홍색과 보라색이 섞인 장화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2월 내한한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그트처럼 연주도중에 왼손을 지휘하듯 흔들어 대고 머리를 흔들거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등 '오버액션' 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이 많다.

단순한 쇼맨십이 아니라 청중에게 음악작품과 연주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 같은 작품이라도 음반으로 듣는 것보다 연주회장에서 듣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쉬운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공연장에서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것은 권할만한 감상법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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