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미국 양민 학살현장 '미라이 마을' 관광명소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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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68년 3월16일 남북 베트남 군사분계선 근처 미라이 마을. 아침 햇살과 함께 미군 80여명을 실은 헬기 7대가 들이닥쳤다.

자동화기로 무장한 미군들은 아녀자와 노인들이 대부분인 주민들을 마을옆 도랑으로 몰아넣고 무차별 사격을 시작했다.

광기에 찬 4시간의 학살끝에 5백4명의 사망자 (베트남 당국 추정) 를 남기고 '작전' 은 끝났다.

이 마을 부근에서 베트콩에 의해 수차례 동료들이 희생당한 미군의 감정어린 보복이었던 것이다.

이 야만적 사건은 미군에 의해 1년 이상 숨겨지다 뉴욕타임스지의 세이무어 허시 기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16일 비극의 현장이었던 이 마을에서는 사건 30주년을 맞아 대대적 기념식이 거행됐다고 워싱턴포스트지 등이 전했다.

이날 행사엔 당시 미군의 만행을 제지하고 양민 10여명을 피신시켰던 헬기 조종사 휴 톰슨 준위와 조수 로렌스 콜번이 참석, 주민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통일후 베트남 정부는 미라이 마을에 기념관과 비석을 세우고 학살장소였던 도랑을 옛날 모습으로 복원해 학생들의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이 마을엔 매년 4천여명의 외국인과 2만8천여명의 내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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