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얹혀가는' 입법 많다…유엔분담금·낙태 연계 대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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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백80억달러의 IMF 추가출자, 13억달러의 유엔분담금 납부 등 미국이 빨리 해결해야 할 돈문제가 또다시 '낙태 이슈' 에 걸려 '사산 (死産)' 될지 모를 상황이 됐다.

미국 하원 세출위의 공화당의원들은 지난주 하원 금융위를 통과한 IMF추가출자건에 대해 11일 (현지시간) "반 (反) 낙태조항을 덧붙이지 않으면 승인하지 않겠다" 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유엔분담금 납부 건에 대해서도 공화당이 같은 문제를 걸고 나오자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유엔분담금은 낙태와 아무 관계가 없다" 며 분담금 납부를 촉구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낙태라는 엉뚱한 이슈를 걸어 행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은 미국의 독특한 입법제도 때문. 미국 의회에서는 어떤 법에라도 관련없는 다른 법조항을 '얹어' 수정안을 낼 수 있다.

야당의 의제를 행정부에 밀어붙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이런 제도 때문에 '운반자' (예컨대 IMF추가출자 등). '동승자' (반낙태조항 등) 라는 은어까지 생겼다.

공화당이 넣자는 것은 "낙태를 권장하는 나라에 미국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돈이 나가서는 안된다" 는 조항. 레이건.부시 등의 공화당 행정부에서는 매번 대외지원자금 관련법안이 나갈 때마다 이같은 조항을 달았으나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이를 빼버리자 공화당은 '중요한 법안' 에 매번 낙태 이슈를 걸기 시작했다.

이같은 전략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여서 매번 '공해'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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