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익는 마을]22.끝 당진군 면천면 두견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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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봄의 전령' 진달래를 품고 가을에 빚기 시작해 겨울과 봄에 마시는 술이 있다.

바로 '면천 두견주' 다.

충남당진군면천면성상리. 봄을 맞아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쓴 아낙네들이 짚단을 골고루 논밭에 늘어놓고 거름으로 썩히느라 허리를 펼줄 모른다.

남정네들은 벌레를 죽인다고 논두렁에 불놓기에 바쁘다.

한편으론 수분이 날아갈까봐 검정 비닐로 고추밭을 덮어놓은 모습이 눈길을 끈다.

'짹짹' 하는 참새소리가 요란한 농촌마을 성상리. '군자정' 으로 불리는 정자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내달에 있을 행사에 관해 논의중이다.

"진달래는 다음달초부터 중순까지 모아야혀유. 양지말고 음지에 있는 것이 더 좋구만유. " 성상리 사람들은 진달래 채취시기와 장소에 대해 꼼꼼하게 주문을 한다.

성상리 사람들은 해마다 4월이면 아미산.몽산 주변에서 진달래를 모으느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래야 마을의 자랑거리인 '두견주' 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견주는 고려때 탄생했다는 술로 '안샘' 으로 불리는 독특한 샘물로 빚어진다.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의 딸 영랑이 아버지의 병을 낫기위해 술을 빚었는데, 그때 '안샘' 에서 나오는 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요즘 안샘에 대한 대접은 융숭하다.

우물엔 묵직한 덮개가 씌워져있으며 우물가 양쪽에 기둥을 세우고 기와지붕을 설치해 멀리서 보면 정자처럼 보일 정도다.

"두견주는 고려때부터 병을 낫게한다고해서 약주로 불렸어요. 알콜도수도 약주로는 가장 높은 19도입니다. "

86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박승규 (61) 씨는 두견주가 건강회복의 차원에서 출발한 얼큰한 술이라고 말한다.

두견주 담그기는 봄에 모은 진달래를 말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두견주에 사용되는 것은 진달래꽃잎으로 꽃술은 제거한다.

꽃술을 제거하는 것은 용해가 안되기 때문이다.

말리는 과정은 1주일간 음지에서 말리고 햇볕이 약간 드는 곳에서 3일간 더 말린다.

빚는 방법도 복잡하다.

추수때 수확한 찹쌀에 누룩을 넣고 일주일동안 밑술을 만든다.

진달래꽃잎을 섞어 70일간 숙성시키고 다시 20일동안 압착시키고 걸러야 두견주가 완성된다.

빚는 기간은 1백일이지만 추수기간을 감안하면 봄에 출발해 겨울에 완성되는 것이 두견주인 것이다.

송명석 기자

< 두견주는…첫맛 달콤 알콜 19도의 약주>

분홍색인 진달래꽃잎이 연상된다.

또 진달래 향과 달콤함이 어우러져 첫잔의 거부감이 없다.

대부분의 약주는 알콜도수가 16도정도이나 두견주는 약주로는 높은 19도의 알콜도수를 자랑한다.

▶가격.문의 = 3백50㎖ (8천원)~7백㎖ (1만4천원) .면천두견주 (0457 - 356 - 45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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