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환경이 변하고 있다]3.케이블·지역민방…존폐 갈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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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현재 케이블TV와 지역민방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시청자의 확대. 시청자의 확대는 곧 광고의 확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블TV업계 프로그램 공급업자 (PP) 들의 가장 큰 바램은 현재 8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중계 유선방송망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이다.

또 컨소시엄을 구성해 위성방송에 참여하는 방안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지역민방들은 서울방송의 프로그램을 70~80%가량 도입해 쓴다는 약점 때문에 위성방송참여가 쉽지 않은 현실. 민방측은 오히려 KBS가 시청료를 인상하고 KBS - 2TV의 광고를 폐지함으로써 확대될 광고시장이 민방측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또 광고료 배분권을 민방에 이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IMF로 인해 가장 급속한 구조조정을 경험하고 있는 케이블TV와 지역민영방송. 미처 싹을 피우기도 전에 불어닥친 한파가 이들 매체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올해로 3주년을 맞은 케이블TV업계는 다솜방송 (채널26) 의 부도사태로 업계의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솜방송의 부도소식에 관계자들이 보인 반응은 '올 것이 왔구나' 라며 체념하는 분위기. 동아TV.마이TV.G - TV 등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소유주가 경영포기를 선언했지만,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한동안 상승세를 그리며 높아지던 가입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 현재 추산되는 가입자 수는 2백50만이지만 유료는 82만에 불과하며 이조차도 일주일에 2~3천가구씩 해약하고 있는 실정. 광고수주는 대부분의 채널이 10%를 넘지 못한다.

3년간 업계누적적자만 8천49억원.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김동규교수는 "케이블TV 산업이 완전히 붕괴될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라는 절망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역민방의 경우도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94년 부산.대구.광주.대전등 4개 지역의 지역민방 개국에 이어, 97년 울산.청주.전주.인천 등 4개 지역의 2차 지역민방이 개국했으나, IMF로 광고수주가 급감함에 따라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차 민방의 경우 개국 초기 70~80%에 이르던 광고 수주율이 현재 20~30%에 불과한 상태. 올들어 사업 수익을 포함한 매출액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개국한 2차 민방의 경우 개국하자마자 IMF한파를 맞았다.

따라서 각 방송사들은 인력을 대폭 삭감하고 자체제작을 최소화함으로써 인건비와 경비를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들어 53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함으로써 전체 인원의 약 4분의 1을 줄인 부산방송의 경우 자체제작률을 지난해 37%에서 17%로 줄였으며, 대구방송 역시 자체제작률은 32%에서 19%로 줄이고 감량경영에 돌입했다.

20%내외의 자체제작률을 보이던 울산.청주.대전 등의 방송사들은 15%내외의 자체제작률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자체 제작물의 내용도 뉴스나 토크쇼등이고, 외주제작이라야 케이블TV에서 제작한 저렴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의 지역방송으로서는 일단 최대한 몸을 낮춰 이 한파를 무사히 지나가는 것이 최대의 과제. 따라서 자체프로그램을 제작해 손해를 보느니 중계료라도 보장되는 서울방송의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이 이익이다.

지역민방 출범 초기부터 우려되던 지역방송의 서울방송 (SBS) 네트워크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와 민영방송의 이와 같은 환경변화는 다매체.다채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채널선택권을 부여하고, 서울중심의 방송을 지양, 지역 주민의 욕구와 이해를 수용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퇴색케 했다.

재방률이 90%에 이르는 케이블TV, 지역특성을 살린 프로그램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지역민방이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지역민방의 경우 SBS의 지방네트워크화됨으로써 '서울문화 역류현상' 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다매체 환경이 부상하면 당연히 광고시장도 그에 비례해 커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한 사업 추진, 투명하지 못한 사업자 선정과정이 낳은 일부 사업체의 부실도 오늘날의 어려움에 한 몫을 담당했다.

일단 위축된 광고시장이 다시 풀려 이전과 같은 수지를 기대하는 데는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 대부분의 전망. 이와 관련 방송위원회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무런 대안이 없다" 며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상유지도 힘들 것" 이라는 우울한 미래를 전한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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