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부도에 학생돈이 '볼모'…등록금 압류 분쟁의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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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학교 재단의 빚 때문에 대학 등록금도 채권자에게 압류될 수 있는가.

대학사상 첫 학교법인 단국학원 부도사태와 관련, 교육부는 "재단.학교회계는 분리돼 있어 등록금은 안전하다" 고 강조해 왔고 웬만한 사립대는 재단지원금 없이 등록금만으로 학교를 꾸려나갈 수 있어 단국대 자체는 정상운영될 것으로 기대돼 왔다.

그러나 학교재단 채권자와 대학간의 법적 분쟁에서 1, 2심 재판부 모두 채권자 보호를 강조하는 민법 정신과 "학교는 재단의 부속물" 이란 해석아래 학생 등록금 압류를 인정한 사례가 있어 단국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압류 사례 = 학교법인 서원학원 (충북청주시) 산하 서원대는 지난해 2월 신입생 등록금 22억원을 중앙종합금융에 의해 압류당했다.

이 사태는 무리한 투자로 2백억원을 부도낸 서원학원 강인호 (康仁鎬) 전 이사장이 92년 8월 미국으로 도피하자 원금과 이자 22억원을 받지 못한 중앙종금이 청주지법에 서원학원을 상대로 채권압류소송을 제기, 승소하면서 발생했다.

중앙종금은 충북은행 서원학원 예금에 들어있던 서원대 등록금 수입 80억원중 22억원을 압류했다.

서원대는 "등록금은 학교재산" 이라며 청주지법에 항소하고 충북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소송을 냈으나 1, 2심 재판에서 모두 패소하고 대법원에 상고중이다.

◇ 문제점 = 사립학교법 시행령은 학교가 처분 및 담보제공할 수 없는 학교재산의 범위를 교지.교사.강당.체육장.실습 및 연구시설 등 직접교육시설로 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등록금은 압류가능한 것으로 해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학재단은 채권자 보호를 강조하는 민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으로 이로 인해 사립학교법 시행령의 처분금지 학교재산에 등록금을 넣기 어려운 실정" 이라고 말했다.

서원대 관계자는 "법원 판결후 채권자 7명이 추가로 법원에 10억여원의 압류신청을 냈다" 며 "등록금 보호를 위해 등록금을 학교회계에 넣지않고 개인예금.무기명채권 매입 등으로 관리중"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간예산 2백50억원중 22억원만 압류된데 그쳐 초긴축예산으로 버텼지만 무더기 사립대 부도가 예상되는 마당에 등록금 보호조치가 전혀 없다면 심각한 사태가 빚어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대법원도 이 때문에 '채권자 보호' 와 '학생의 학습권.학교보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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