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KT 대대적 조직개편 … ‘통신 삼국지’ 전운 감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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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열린 KT 이사회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최고경영진 직급 등 직제를 의결하는 자리로, 다음 달 1일 자회사 KTF와의 합병법인 출정에 앞서 마지막 전열을 정비한 것이다. 앞으로 불붙을 통신대전의 ‘야전사령관’인 사업부문장 명단도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SK·LG 계열 통신업체들도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량감 있는 CEO 영입=직제 개편의 하이라이트는 부회장·사장 직급이 신설된 것. 고위 직급이 주어지는 만큼 비중 있는 인사의 영입이 예고된다. 부회장 직급은 대외협력부문장에 주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협력과 홍보실 업무 등을 총괄하는 이 자리엔 석호익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고객·홈고객·기업고객 세 사업 부문장들은 사장 직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사내독립기업(CIC·Company in company)’을 맡아 책임경영을 하게 된다. 종전 KT 직제에는 이석채 회장 바로 밑에 부사장 직급만 있었다. 옛 KTF 조직을 총괄할 개인고객부문장으로는 KT 자회사인 KT파워텔의 김우식 사장이 옮겨올 것이 유력시된다.


◆‘통신 삼국지’ 시대 임박=KT의 빠른 발걸음에 경쟁사인 SK텔레콤·LG텔레콤도 부산한 움직임을 보인다. 1월 35만 명이던 이동통신 업체 간 번호이동자 수가 지난달엔 84만 명으로 급증한 것이 그 증거다. KT·KTF 합병을 앞두고 세 이통 업체들이 그만큼 고객을 뺐고 빼앗기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뜻. KT는 신규 이통 가입자 10만 명 확보를 목표로 걸고 뜨거운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래픽 참조>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의 사업현장 방문 빈도가 잦아졌다.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토요일마다 회사에 나와 ‘임원 워크숍’을 한다. 주중에 보고받은 전략 중 고민이 더 필요한 사안이 있으면 토요일에 해당 임직원을 불러내 토론을 벌이는 것. 주말 골프를 나가지 않고 임직원들에게도 은근히 골프 자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LG도 그룹 차원에서 통신대전에 대비한다. 지주회사인 ㈜LG는 최근 통신계열 3사로부터 올해 가입자 목표를 내라고 했다. LG텔레콤은 850만 명(3월 말 현재 830만 명), LG데이콤은 300만 명(140만 명), LG파워콤은 260만 명(230만 명)을 적어냈다. 익명을 원한 그룹 관계자는 “LG 통신 3사의 CEO들은 회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잇따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식 LG파워콤 사장은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고객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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