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주5일제 노사 간 양보와 타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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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7월 1일부터 주5일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도처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산별교섭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병원노사는 14일부터 재파업에 들어가고, 지하철 노조도 2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모두 주5일제가 불씨가 됐다. 적절한 휴식을 보장해 삶의 질을 높이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자는 주5일제가 갈등의 불씨로 번지고 있다.

일이 꼬이게 된 것은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주5일제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준비를 소홀히 한 정부 측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지난해 8월 주 40시간 근무제 법안이 통과된 지 1년이 돼 가지만 공공부문 인력충원과 예산 대책은 마련된 게 없다. 지하철 노조가 7000여명의 인력을 보충해 달라는데 경영진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적자운영으로 신규인력 채용이 어렵다면 기존인력을 재배치하기 위한 교육이라도 해야 했지만 그런 흔적도 없다. 관공서의 격주 토요휴무제 시행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민원인들이 헛걸음을 했고, 상당수 시.군에서는 근무규칙도 정하지 못해 아예 정상근무를 해야 했다.

대기업의 주5일제 실시로 직.간접적인 시행압력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의 고통은 심각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게 중소기업인데 인력손실, 고용비용 상승, 생산차질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소기업이 줄줄이 쓰러지면 정부의 장담대로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실업자만 양산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주5일제를 백지화할 수는 없다. 노.사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특히 노동계는 과도하게 높은 임금을 요구하기보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진정으로 협력해야 한다. 회사가 이익을 내야 사람을 더 뽑아 주5일제를 굴러가게 할 것 아닌가. 일부 대기업 노조가 막강한 교섭력으로 관철시킨 그들의 임금.근로조건이 중소기업으로 확산되면 정말 곤란하다. 효율성을 높이지도 못하고 임금만 올리는 식이 될 것이다. 결국 개별 사업장에서 현명한 결단들이 나와야 한다. 근로자와 기업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는 길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