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엘리트가 바뀐다]2.떠오르는 진보세력…선진국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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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선진국에서는 진보파가 잇따라 집권하는 추세다.

그러나 집권자의 진보적인 기존 성향과 달리 정책은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96년 재선된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민주당) , 지난해 집권에 성공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노동당) 와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 (사회당) 등 모두 진보색이 뚜렷하다.

아울러 집권자를 둘러싼 파워 엘리트들도 거의 진보이념으로 무장된 그룹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이들 파워 그룹은 기존 정치적 이념을 떠나 진보색을 버리고 보수적 국가경영주의 내지 실리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이른바 정치와 경영의 접목이다.

클린턴의 경우 '국가의 감량경영' 을 표방한다.

클린턴 행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공무원수 대폭감축 등 행정부의 대대적인 군살빼기 작업에 들어갔다.

전통적으로 클린턴의 민주당이 소득분배의 형평을 내걸고 세금을 많이 거둬 그늘진 곳까지 보살피는 '큰 정부' 를, 보수색채의 공화당이 '작은 정부' 를 지향해 온 것과는 전혀 딴 판이다.

블레어도 마찬가지다.

노동당이 노조를 모태로 창당됐음에도 그는 총선때 노조와의 단절.국유화 포기 등 전통적인 노동당의 핵심 정강정책을 사실상 모두 포기한 선거구호인 '신노동당' 을 들고 나왔다.

이후에도 노조와 상당한 거리를 두는 정책을 견지하면서 "노동자는 기업인의 친구" 라며 복지는 줄이되 경쟁력은 강화하겠다는 경영.실리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조스팽은 최소한 고용정책에 관한 한 좌파전통을 고수하는 등 사회당 이념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의 민영화 등 부분적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

진보적 색채에 보수적 색채를 가미한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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