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부 클리닉] 지능 다른 좌뇌 우뇌, 15점 이상 차이 나면 ‘병’ 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승규도 비슷한 경우다.

“예? 설마요? 뭔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초등 2학년 승규 엄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분명히 승규 IQ가 134로 수학영재라고 했는데. 정말 115밖에 안 된다고요?”

승규 엄마도 민이 엄마와 마찬가지로 1년 전 영재교육원 대비 학원의 권유를 받았다. 그리고 매달 10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시중에서 구입한 수학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대회 대비용 교재를 사서 승규에게 풀게 해보니 생각보다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실제 승규의 IQ는 좌뇌는 124로 우수(superior) 수준이었으나 우뇌가 98로 평균 수준이었다.

필자는 클리닉을 운영하며 지능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환상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한다. “지능지수가 100입니다”라고 하면 펄쩍 뛴다. “내 아이가 돌고래 수준이란 말이네요. 그럼 공부를 포기해야겠네.”

“130입니다.”

“겨우 평균 수준이네.” 대부분 이런 반응이 나온다.

여기서 지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정확한 규준을 알려 드리고자 한다. 90~110이면 평균이며, 120 이상이면 우수, 130 이상은 최우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잘못된 상식이 있으니 전체지능지수의 높고 낮음에 집착하는 것이다. 사실은 이보다 중요한 것은 좌·우뇌, 그리고 11개 소항목의 편차에 있다. 승규처럼 산수, 숫자 등이 제아무리 천재 수준이어도, 상식이나 중요도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떨어지면 수학의 달인이 되는 것은 요원하다.

실제로 필자가 지지난해 중학생 504명을 대상으로 지능과 성적 간의 연관관계를 연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지능지수가 같다 하더라도 좌·우뇌 편차 및 11개 소항목의 편차가 적은 학생들의 성적이 훨씬 우수했다.

예를 들어 학교성적이 똑같이 80점인 두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라는 학생은 국어 60점, 수학 90점, 영어 70점이고, B라는 학생은 전 과목이 80점이다. 과연 A와 B 중 나중에 누가 공부를 더 잘할까. 답은 B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필자는 반드시 우뇌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몸으로 느낀다. 최근 클리닉을 방문한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좌뇌형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런 결과는 논리, 이성, 현실, 공격을 관장하는 좌뇌식 교육을 지향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제부터라도 직관, 감성, 창의, 즐거움을 관장하는 우뇌식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의학적으로 좌·우뇌의 지능이 15점 이상 벌어지면 공부도 공부지만 비행청소년, 조울증, 심지어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병리학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찬호(43) 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 ▶마음누리/정찬호 학습클리닉 원장 ▶중앙대 의대 졸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