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조직개편]개혁 왜 하나…부패·비능률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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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기부가 개혁의 태풍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새 정부의 개혁은 비대하고 비효율적 조직의 전면적인 개편을 비롯, 지난 대선때 반 (反) DJ활동과 북풍공작에 참여한 인맥 제거, 정치권과 유착된 인사 제거를 포함한 무분별한 인사제도 개선, 각종 비리의혹 진상규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상하던 바지만 한마디로 안기부 전체가 수술대에 오른 초매머드급이다.

새 정부가 이종찬 (李鍾贊) 신임 부장 취임 직후 안기부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안기부 사정이 해도 너무하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우선 정권의 중추신경이어야 할 안기부의 주요 포스트가 김현철 (金賢哲) - 김기섭 (金己燮) 인맥 등으로 포진, 신정권을 돕기는 커녕 저항세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 깊숙이 간여한 고위 지도부가 정권교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안기부 업무가 사실상 마비상태라는 점도 전면개혁을 앞당기게 하는 요인이다.

반DJ활동과 북풍공작을 지휘했던 세력들이 정권교체에 따른 신변불안으로 좌불안석 (坐不安席) 이어서 업무를 챙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새 정부측은 안기부의 문제점들을 대선 직후 이미 안기부 내부채널을 통해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정권측의 이런 경험도 수술을 재촉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또 문제인사들의 면면을 들여다 볼 때 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그동안 각종 채널을 통해 문제인사의 대다수가 김현철 - 김기섭, 안기부출신 현직 야당의원 인맥이며 이들이 "내각제가 실시되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재집권할 것인 만큼 2년반만 참고 기다리자" 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는 동태를 포착했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안기부 전체 분위기가 대선 이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경쟁상대에 대한 투서행위 등 부원들간 음해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여권은 판단하고 있다.

李부장이 취임사에서 "과감한 과거의 오류 시정" 촉구와 함께 "지연.학연.사적인 계파나 조직의 기득권행사 병폐를 일신하는 인사의 일대 쇄신" 을 강조한 것도 이런 연유라 할 수 있다.

특히 안기부 본연의 임무인 국가정보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은 떨어지면서 중복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편제로 인해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예산집행 전횡에 따른 부패와 부조리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李부장은 '작고 강력한 안기부로 거듭나는 것을 개혁의 첫걸음' 으로 규정, 조직.인사.예산 등 기존체제와 관행을 모두 뜯어 고쳐 '작지만 강력한 안기부' 로 개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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