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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2007년 한 해 ‘말기암 환자 436명’ 연명치료 중단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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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대병원이 말기 암환자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존엄사를 공식화하기는 서울대병원이 처음이다. 서울대병원은 18일 말기 암환자가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로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했다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2007년 말기 암환자 656명의 사망 과정 자료를 이날 함께 공개했다. 123명(15%)은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을 했고, 436명(85%)은 환자 가족들의 심폐소생술 거부를 의료진이 받아들여 연명치료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현재 연명치료 중단은 불법이다. 환자 가족이 고소하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 대법원이 2002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뇌출혈 환자의 퇴원을 허락한 의사에게 살인방조죄를 선고한 뒤 의사들은 ‘끝까지 진료’를 하면서도 ‘암암리에’ 연명치료 중단을 해왔다. 서울대병원이 436명의 연명치료 중단 사실을 공개하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존엄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의료계를 대표해 ‘총대’를 멨다. 서울대병원 이세훈(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의사들이 연명치료 중단 공론화의 파장을 두려워했지만 이제야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이번 조치에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존엄사에 대한 여론이 많이 개선된 점이 힘이 됐다. 21일 예정된 대법원의 존엄사 확정 판결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10년 동안 사법부의 (모호한) 태도로 보아 이번에도 (허용하는 쪽으로) 정리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 조치는) 의사가 의료현장에서 임의대로 하던 것을 공식적으로 정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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