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필용 화장품 "팔아야 사지"…수시로 단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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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개월전 구입한 립라이너를 다 쓴 주부 김희영 (32.서울양천구목동) 씨는 샤프식으로 갈아쓰도록 돼 있는 '리필용 심' 을 구하러 동네 화장품 가게를 다섯 군데나 뒤졌지만 결국 그냥 '정품' 을 구입하고 말았다.

해당제품의 심은 구할 수가 없었고 팔고 있는 다른 제품의 심은 크기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달에 몇개 팔리지도 않는데 그 많은 제품의 심을 색깔별로 다 구비해 놓기는 어렵다" 는 화장품 가게 주인의 말에 김씨는 별다른 항의도 하지 못했다.

환경보호와 물자절약이 맞물려 생활용품의 리필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샴푸.세제류의 리필제품 사용은 일반화된데 비해 리필용 화장품은 아직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주로 투웨이케이크.아이섀도우등 몇몇 색조화장품에서 생산되고 있는 리필용 화장품은 워낙 종류.색깔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제조회사의 제품을 동시에 취급하고 있는 일반 화장품가게에서 모두 갖춰 놓기는 무리다.

또 수시로 제품이 단종되고 신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구입한지 오래된 화장품의 리필용제품을 구입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게다가 가장 소비가 많은 스킨로션이나 밀크로션등 기초화장품의 경우 국내화장품 회사에서는 리필제품을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어 화장품 리필 정착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에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제품이 단종되더라도 제품수명에 맞춰 리필용제품은 더 오래 생산하고 있지만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 며 "각 회사 직영점을 이용하면 쉽게 구할수 있다" 고 말한다.

또 기초화장품의 리필에 대해서는 "화장품은 세제등 일반생활용품과 달리 덜어쓰는 과정에서 오염될 우려가 있어 리필제품으로 개발하기가 어렵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몇 외국 화장품회사에서는 기초화장품에도 리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10여개 기초화장품의 리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일본계 합자회사 ㈜한국폴라 마케팅팀 오정미대리는 "용기를 이중으로 만들어서 속용기만 갈아끼거나 펌프형 용기의 아래부분만 바꿔주는 방법으로 리필제품을 만들어 내놓고 있다" 고 들려준다.

오대리는 "아직 기초화장품의 리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낮은 편인지 일본에서만큼 리필제품의 인기가 높지는 않지만 환경보호 측면에서 더욱 확대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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