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재앙 '지구 묵시록'인가…온난화영향 지구대해류에 큰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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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바다는 인류의 요람이자 무덤이 될 것인가.

46억년전 지구탄생 직후 생긴 원시바다는 생명체를 잉태했던 곳. 그 바다가 지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태평양상의 엘니뇨는 대재앙을 알리는 '힌트' 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 엘니뇨보다 훨씬 더 '무서운' 변화의 조짐이 현재 바다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악의 재앙 시나리오는 빙하기 (氷河期) 의 내습. 약 1만년전 끝난 소규모 빙하기가 다음 세기말쯤에 갑자기 닥칠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가 나날이 따뜻해진다는데 왠 빙하? 하지만 '지구 (地球) 대 (大) 해류' (GOCB) 를 알면 이 암울하기 짝이없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GOCB란 지구상의 해류 가운데 가장 큰 물기둥의 흐름 .

태평양.대서양.인도양을 거치는 이 대해류로는 문명의 흐름마저 바꿔놓을만치 인류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한국보다 위도가 훨씬 높고 북극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북유럽이 온대기후를 보이는 것도 이 해류가 적도의 열을 북쪽으로 실어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GOCB가 갑작스런 와해 (瓦解)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류는 약 1만2천년전 GOCB의 와해로 '영거 드라이어스' 라는 빙하기를 맞은 바 있다.

수십만년을 진화해온 호모 사피엔스가 이미 2~3만년전 화려한 문명을 꽃피우고도 날벼락을 맞게된 바로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이 빙하기의 내습이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의 월리스 브뢰커교수등은 지난해 말 과학저널 사이언스등을 통해 지구온난화등으로 인한 GOCB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GOCB가 흐름을 멈춘다면 적도의 따뜻한 물이 더 이상 북반구로 흘러가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유럽지역에 먼저 빙하가 찾아올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구온난화가 빙하기라는 재앙을 불러오는 이유로 해양학자들은 바닷물중의 염분농도의 변화를 꼽는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엘니뇨등으로 대서양.태평양상에서 해수의 증발이 활발해진다.

증발된 물은 비구름이 돼 북대서양등에 빗물을 쏟아내고 이에따라 북대서양 물은 염분농도가 낮아진다.

원래 차갑고 염분농도가 높아 침강하던 북대서양의 물은 침강하지 않게 된다는 것. 그 결과 정상적인 해류의 흐름이 멈추게 되고 이 틈을 타 북극의 빙하가 남쪽으로 전진하게 된다.

스위스의 과학자들은 지난해 8월 과학저널 네이처지 기고에서 현재의 온난화추세가 계속된다면 빙하는 1백년안에 찾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스탠포드대학의 기후학자 스티븐 슈나이더를 비롯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GOCB의 붕괴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미해양대기국 (NOAA) 의 제리 맬맨박사조차도 "빙하기는 갑작스럽게 올 확률이 크다" 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비관적인 견해와는 달리 바다를 '믿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지구온난화의 결과가 기상 이변을 초래하는 건 사실이나 GOCB에 영향을 미칠지, 또 시기는 언제일지는 현재로서는 예측불능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해양학과 김구 (金坵) 교수는 "GOCB 붕괴등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고 말한다.

金교수팀은 GOCB보다 작은 규모지만 동해의 해류 역시 기후변화등으로 흐름이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같은 해류변화가 동해의 어군형성이나 동북아 기후패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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