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지주회사 개편 맞춰 보험사업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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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에드워즈(56·사진) SC제일은행장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것을 계기로 보험 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신규 보험사 설립과 기존 보험사 인수, 해외 보험사와의 제휴 등 세 가지 대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업계에선 매각을 추진해온 금호생명이나 다른 소형 생보사가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에드워즈 행장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보험사를 설립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대안 중 하나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C제일은행의 당면 과제는 올 하반기 금융지주회사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했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은행과 증권·저축은행·캐피털이 지주회사 밑으로 들어간다. 에드워즈 행장은 “우리의 장점은 70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주회사가 출범하면 해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국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지주회사로 개편되면 에드워즈 행장이 지주회사 수장을 겸임하게 된다.

한때 논란이 됐던 영업시간 변경 문제에 대해선 “다른 나라에선 은행 영업시간이 다양하다”며 “노동조합과 협의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부터 국내 은행들은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로 변경했지만 SC제일은행은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을 고수하고 있다. 에드워즈 행장은 “현재 5개 점포를 골라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30분으로 늘렸다”며 “고객들이 어느 시간대를 선호하는지 분석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상인이 많은 곳에선 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회사원이 많은 지역에선 은행에 들렀다 출근할 수 있도록 오전 9시 전에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영국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지 못했다는 질문엔 “한동안 주택담보대출에만 치중했던 제일은행이 지금은 기업금융이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체질 개선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역금융과 외환 거래 등에선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SC제일은행은 올 1분기 전년 동기(1398억원)보다 51% 증가한 211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의 1분기 실적 중 가장 좋은 것이다.

국내 은행 산업의 취약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아직 국제화가 덜 돼있다”고 답변했다. 해외 영업의 비중이 떨어지고 국제화 마인드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장점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쌓은 리스크 관리 능력을 꼽았다. 특히 담보인정비율(LTV)을 60%로 규제한 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에드워즈 행장은 영국 냇웨스트은행을 거쳐 1999년 SC그룹에 합류했다. 리스크 및 여신관리본부장과 기업금융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뒤 2007년 10월 SC제일은행장에 취임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서울 성북동 한옥에서 살고 있다.

글=김원배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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