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유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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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하모 씨(36·여)는 1년을 기다린 끝에 지난해 둘째 딸을 동부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넣었다. 두살배기인 셋째 아들도 같은 유치원을 보내고 싶지만 제때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씨는 "아이가 셋이라 사립 유치원은 너무 부담스럽다"며 "하남시 같은 신도시일수록 젊은 부부가 많아 공립유치원이 다른 곳보다 더 필요한데, 정작 수는 더 적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14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 받은 전국 공립유치원 입학률 현황(2008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의 비율은 8.5%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이 3.7%로 가장 낮았고 서울이 3.9%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높은 전라북도도 16.8%만 국공립 유치원을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딸리기 때문이다. 어린이집뿐 아니라 유치원도 국공립이 저렴한 학비에 교육의 질이 높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경기도 안양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올해 3월 만 5세반에 5명의 원아를 새로 모집하는 데 8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시흥시의 시립 시화유치원은 반을 새로 늘려 74명을 모집했는데도 500명이 지원했다. 웬만한 대학경쟁률을 뛰어넘는 셈이다.
한 의원은 "학부모들은 한달 교육비가 30~40만원에 달하는 사립유치원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내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대도시와 신도시, 도심재개발지역 등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이나 공립 유치원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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