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이상 긴 입원은 환자-병원 모두가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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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내 주요 종합병원의 입원기간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현저히 길어 불필요한 의료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서울병원 (원장 하권익) 이 최근 공개한 97년 이 병원 질병별 평균입원기간에 따르면 대부분의 질병에서 미국대학병원에 비해 4~5일가량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근치적 유방절제술의 경우 삼성의료원의 평균입원기간이 9.1일인데 비해 미국대학병원은 3.0일로 무려 3배이상 길었다는 것. 삼성서울병원은 전체 수술의 35%가 입원하지 않는 통원수술로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 수술당일 입원제도까지 도입해 국내종합병원중 가장 짧은 평균입원기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병원. 대한의사협회가 밝힌 국내종합병원의 제왕절개수술 평균입원기간이 9.3일인데 비해 삼성서울병원은 5.7일이다.

그러나 존스홉킨스대병원이나 메이요클리닉 등 미국유명종합병원은 3.6일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처럼 입원기간이 길수록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집에서 가료가 가능함에도 입원할 경우 따로 입원에 따른 추가비용을 부담해야하며 다른 환자가 입원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병원은 병원대로 손해다.

퇴원가능한 환자가 계속 입원하면 병상회전율이 떨어져 진료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97년 만성폐질환자를 대상으로 조기퇴원과 정상퇴원간 병원수익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조기퇴원의 경우 병상당 연간 진료수입이 5백여만원이나 증가했다는 것. 전문가들은 입원기간의 단축이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 국내 의료계의 당면 과제로 지적한다.

국민총생산의 15%를 넘는 의료비로 고민하고 있는 미국도 입원기간을 줄이는 것을 의료비 삭감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할 정도. 국내 병원들이 입원을 당연시하는 골수검사 등 각종 조직검사는 물론 항암제나 방사선치료와 같은 암치료도 가급적 외래에서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퇴원을 앞당길 경우 합병증 발생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소독이나 투약 등 기본처치에 대해 충분한 환자교육만 선행되고 돌봐줄 보호자가 있고 환자의 거동이 가능하다면 수술후 단지 항생제 주사를 맞기 위해 굳이 입원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병원경영의사 주연훈 전문의는 "회복만을 위한 입원은 대부분 불필요하다" 며 "제한된 의료자원의 공유란 측면에서 입원기간단축을 위한 환자와 병원 모두의 의식개혁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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