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가신 걸프…미국· 이라크 손익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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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까지 치달았던 이라크사태가 외교적 타결로 방향이 정리되면서 이번 사태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과 이라크의 이해득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이라크 입장에선 미국의 군사공격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을 수 있다.

패배가 확실한 미국과의 전쟁을 피함으로써 엄청난 재산.인명손실을 방지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국가 위신을 실추시키지 않으면서도 중동권내 반미감정 확산이라는 부수효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이라크는 무기사찰 거부소동을 통해 유엔의 경제제재로 고통받는 이라크 국민들의 실상을 국제적으로 부각시켜 91년 걸프전 이후 숙원이었던 경제제재 해제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이라크로서는 얻은 만큼 잃은 것도 있다.

이라크가 국가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결사 반대했던 조건 없는 무기사찰을 결국 허용했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던 미국도 일단 사태가 이라크의 조건없는 사찰수용으로 마무리되는데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또 이번 이라크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 여론으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아랍권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요르단 등에서마저 반미감정이 조성됐다.

이는 향후 중동지역에서 미국이 외교적 주도권은 물론 경제적 이득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프랑스에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미국에는 특히 아픈 상처로 받아들여진다.

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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