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접속]배종렬 전 한양회장 '사정1호'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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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95년이래 검찰의 수배대상인 ㈜한양의 배종렬 (裵鍾烈.사진) 전회장에 대해 혼내줘야 한다는 얘기가 신여권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검찰은 아직 본격적으로 추적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언제든지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은신처' 파악은 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4일 "새 정부의 사정 (司正) 1호는 裵전회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3년전의 미제 (未濟) 사건을 새삼스레 들춰내는 데에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듯하다.

裵씨는 95년 11월 '노태우 (盧泰愚) 비자금' 사건 때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소환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 지금까지 잠적상태다.

그는 한나라당 김윤환 (金潤煥) 고문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왔다.

金고문은 민자당 사무총장 시절인 지난 92년 4월, 1천2백억원 규모의 가락동 당 연수원을 ㈜한양에 비밀리에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정치자금과 관련한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金고문은 당시 "김영삼 (金泳三) 대표와 총재인 노태우대통령에게 정식으로 보고한 사항" 이라며 리베이트 등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부인했었다.

이종찬 (李鍾贊) 국민회의부총재는 裵씨 잠적 당시 " (김윤환 고문이) 입도선매 (立稻先賣) 로 한양에 가락동 연수원을 매각해 2백억원을 받아 92년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치렀다" 고 주장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한양은 '김영삼 정부' 아래서 적지 않은 특혜를 받았다.

93년 4월 현재 상업은행과 주택은행으로부터 총 1조1천억원의 파격적인 대출이 있었다.

그리고 그해 5월엔 빚더미에 올라앉아 아무도 사가려 하지 않던 ㈜한양을 주택공사가 인수했다.

이에 대해선 '고위당국자들' 이 한양에 대한 지원을 밀약 (密約) 한 각서가 있다는 얘기가 정.재계에 파다했었다.

검찰이 3년씩이나 裵씨를 수배상태로 '방치해온' 것도 "裵씨가 진실을 밝히면 직격탄을 맞을 정치인이 현정권에서 한둘이 아니기 때문일 것" 이라는 게 새 정권 진영의 시각이다.

여권의 '사정1호 흘리기' 는 김윤환고문 등 한나라당 중진들의 발목을 잡는 등 거야소여 (巨野小與) 의 한계극복을 위한 신여권의 성동격서 (聲東擊西) 라는 해석도 있어 이래저래 관심을 끈다.

전영기·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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