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 맞는 상도동 표정]"속 터지지만 그래도 옛 이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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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온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을 맞는 상도동 주민들은 냉담했다.

"5년만에 돌아온 동네사람이지만 왠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는 반응이 대다수. 상도터널 입구와 金대통령 집 어귀에는 이날 오전부터 金대통령을 맞이하는 현수막이 6~7개 내걸렸다.

과거 金대통령과 산행을 같이 했던 동호모임인 민주조기회는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생각하는 역사적인 민주승리, 노심초사하셨습니다' , 동작구 학부모회로 金대통령 직계이기도 한 서청원 (徐淸源) 의원 지지단체 청우회는 '아직도 우리는 존경하고 있습니다' 라는 극진한 표현으로 金대통령을 맞이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극적 표현을 삼가고 '5년만에 반갑습니다' (주민 일동) ,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환영소위원회) 등의 짤막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일부 감정이 격해진 주민들이 '그동안 국정에 고생이 참으로 많으셨습니다' 라는 현수막을 1시간만에 떼어내는 해프닝이 있었다.

또한 오후2시쯤엔 '아직도 우리는 존경하고 있습니다' 라는 현수막을 내걸던 관계자에게 주민 2~3명이 우르르 몰려가 “뭐하는 단체냐. 꼭 이런 것을 달아야 하느냐” 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인근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咸모 (53) 씨는 “차라리 상도동으로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이라고 했고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裵모 (47) 씨는 “대부분의 주민이 낙담하고 있다” 고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정서를 의식해서인지 이날 환영식도 조촐하게 치러졌다.

주민 1백여명은 金대통령이 집에서 1백여m 떨어진 곳에 도착하자 꽃다발을 증정한 뒤 박수를 치는 것 만으로 행사를 끝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5년 내내 잘하기는 힘든 것 아니냐” (주부 裵모씨) , “일찍이 없었던 문민개혁을 해낸 점은 인정해야 한다” (회사원 姜모씨) 며 金대통령을 감싸기도 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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