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동남아로 몰린다 - 세계관광협회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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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해 세계 관광업계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로 동아시아 국가에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관광객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반면,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즐기려는 미.유럽의 관광객들이 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관광협회는 올해 지역별 관광객 예상치를 대폭 수정해 발표했다.

이 협회는 당초 동남아에서 다른 지역으로 나갈 관광객이 전년보다 6.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는 오히려 2%가량 감소할 것으로 수정했다.

또 동남아 지역내의 해외 관광도 당초 예상치 (8% 증가) 보다 훨씬 줄어들어 제자리 걸음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유럽.미주에서 동남아로 들어오는 관광객수는 당초 예상보다 각각 7%포인트 이상 늘어난 15%, 12.5%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가 곧바로 동남아 국가들의 외화수입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 지역 관광산업이 연무 (煙霧) 현상과 홍콩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 등으로 인해 침체에 빠지면서 업체들이 앞다퉈 파격적인 할인 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태국의 대표적 호텔인 아미라 그룹은 40달러 (약 6만4천원) 를 내고 1박을 하면 다음날 공짜로 숙박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으며 말레이시아의 사라와크 힐튼 호텔은 1박에 50달러 (8만원) 미만의 숙박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를 찾은 관광객 수는 8천8백30만명으로 96년보다 1% 증가하는데 그쳤다.

관광수입은 1.1% 늘어난 8백20억달러였다.

그러나 동남아 지역은 96년까지 10년동안 관광객이 매년 10% 이상 증가해 왔다.

한편 세계관광협회는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해 지난해 해외관광객은 전년보다 3.8% 늘어난 6억1천7백만명, 관광수입은 3% 증가한 4천4백80억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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