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제2의 CNN 나오게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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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이 “글로벌 미디어 육성에는 ‘개방적 시장정책’과 ‘적은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우리도 이제부터 제2의 테드 터너(CNN 설립자)가 나올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한 기자회견에서다.

세계 각국은 업종장벽 철폐를 통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콘텐트 산업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키워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 차원의 미디어 위상 재편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프랑스는 복합 미디어 그룹을 키우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이미 지난 2월 방송법을 개정했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금지해온 동일지역 내 신문방송 겸업까지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의회에서 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소모적인 정파 갈등으로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엊그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미디어 관계법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이 미디어의 공익 기능을 해친다는 게 그의 논리다. 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선진국에서 업종장벽 철폐 이후 공익성이 문제 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미국에선 공익과 (언론)산업효과가 조화를 이루며 민주주의와 산업 발전의 선순환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최 위원장은 전했다.

업종장벽 철폐는 무엇보다 경제위기 탈출에 큰 힘이 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방송과 통신의 규제만 풀어도 1조5599억원의 시장이 창출되고, 2만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것이다. CNN의 모기업인 타임워너 그룹의 직원 수도 8만 명을 넘는다. 그럼에도 시대착오적인 공익 논쟁으로 수만 개의 괜찮은 일자리를 스스로 포기한다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말까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지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정부는 여기서 머물지 말고 한시 바삐 복합미디어 그룹을 키우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야권도 이제는 선명성 경쟁이라는 낡은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첫 번째 조치는 여야 합의대로 다음 달 중 미디어 관련 법안을 최우선적으로 통과시키는 데 협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