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욕심 때문에 … 미셸 위는 슬픈 영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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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미셸 위(20·사진)를 파헤친 책이 7월 미국에서 나온다.

제목은 『The Sure Thing: The Making and Unmaking of Golf Phenom Michelle Wie』. 번역하면 ‘확실한 스타: 골프 천재 미셸 위의 성공, 그리고 몰락’쯤 된다.

저자는 ESPN 매거진의 에릭 에이들슨 기자다. 2005년 미셸 위의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중앙일보 LA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성공담을 쓰려고 했는데 (미셸 위가) 나의 예상과 다른 길을 걷게 돼 결과적으로 실패담을 쓰게 됐다”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저자는 “미셸은 부모의 통제 속에 골프를 했다. 그녀로서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할 일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한 예가 2006년 1월 하와이에서 열린 남자 대회 소니 오픈 1라운드다. 그때 미셸 위는 9오버파를 쳤다. 이유는 “캐디의 도움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했다. 당시 캐디는 LPGA 스타 줄리 잉크스터의 전성기 16시즌 동안 퍼팅 브레이크를 읽어준 그레그 존스턴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위병욱씨는 존스턴에게 그린을 알려주지 못하게 했다. 타이거 우즈도 캐디에게 도움을 받는데 경험 없는 미셸 위가 노련한 캐디를 고용해 놓고 도움을 전혀 받지 않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했다.

위씨는 이에 대해 “미셸은 자신의 실수를 통해 스스로 그린 읽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실수를 통해 배우지 않으면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루키 선수가 남자와 여자 투어, 다른 나라의 다른 그린에 모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저자는 ‘무리한 스케줄 관리’도 문제 삼았다. 미셸 위는 2006년 LPGA 챔피언십이 열릴 메릴랜드에서 연습을 하다가 US(남자)오픈 지역예선을 뉴저지에서 하루 36홀 대회를 치렀고 사흘 후 메릴랜드로 돌아와 LPGA 챔피언십에 나갔다. 책은 “미셸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으며 퍼팅 스피드 조절 등에서 고생했다”고 봤다.

저자는 “미셸의 우선 목표가 마스터스나 US오픈 출전 같은 남자대회인지, LPGA에서의 첫승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2006년 US오픈 예선 때 미셸 위가 뉴저지가 아니라 고향인 하와이에서 대회를 치렀다면 US오픈에 출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고 책은 봤다. 그러나 양쪽에 다 욕심을 내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왜 하와이가 아니라 뉴저지에서 예선을 치렀느냐”라는 질문에 미셸은 “난 장소를 고르지 못해요. 그건 엄마·아빠에게 다 맡겨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동안 ‘꾀병’으로까지 소문났던 미셸의 손목 부상에 대해 책은 “심각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미셸은 통증 치료를 위해 침을 맞았는데 신경을 잘못 건드려 통증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책은 그를 치료하던 손목 전문 물리치료사 웬디 하워드의 말을 인용했다. “2주 정도는 절대 골프를 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으나 위씨 부부는 그냥 나가버렸다. 미셸은 두들겨 맞은, 슬픈 영혼이다.” 저자는 “딸이 골프를 쉰다는 것이 위씨 부부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로스앤젤레스=원용석 LA지사 기자 w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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