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비타 5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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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서초동 광동제약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창업주 최수부(73·사진) 회장은 시름이 깊었다. ‘짝퉁 비타 500음료’ 때문이었다. 사정은 이랬다.

모 방송사에서 이물질이 뜨는 드링크류 문제를 3월과 지난달 두 차례 보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최근 비타민 함량 미달 음료를 조사했다. 비타민이 제대로 들어간 비타500은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짝퉁 제품들은 비타500과 같은 병에 라벨 색깔도 같고, 이름도 비슷해 눈 나쁜 사람이 보면 구분하기 힘든 수준이어서 비타500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비타500 매출은 전년보다 15% 줄었다.

“전엔 시음회 행사를 한번 열면 2~3병씩 달라고 난리였는데 최근엔 필요 없다고 안 받아가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비타500이 워낙 많이 팔리니 공병도 시중에 많이 나와요. 이 공병을 사들인 영세 음료 회사들이 세척도 제대로 안 하고 짝퉁 음료를 만드니 이거 원….”

짝퉁 음료와의 싸움은 숨바꼭질 수준이다. 최 회장은 “전국 대리점·영업소 600여 곳 조직망이 구석구석을 돌아 다니며 짝퉁 음료를 찾는다”며 “겉모양을 똑같이 흉내 낸 것들은 즉시 수거해 본사로 올려 해당 업체에 경고장을 보내고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고 소개했다. 2002년부터 10개 제품에 가처분을 이끌어 냈고, 현재도 두 개 제품에 대한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다. 그는 “하지만 그렇게 해도 영세 업체들이 금방 폐업한 뒤 또 다른 회사를 차려 비슷한 음료를 만들어 내곤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차음료 시장 점유율 1위인 옥수수 수염차도 짝퉁 제품 때문에 골치를 앓긴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부기를 빼주는 옥수수 수염 함량을 높여 마케팅을 강화하는 쪽으로 차별화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고민 끝에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신제품도 개발했다. 예부터 독소 배출을 해준다고 알려져 있는 민들레 뿌리 성분을 넣은 ‘민들레차’를 다음 주 내놓는다. 최 회장은 “쌉쌀한 맛과 유효 성분을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한 달에 두 번씩 경기도 송탄의 공장을 직접 찾아 라인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회의를 한다. 깨끗한 시설에서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인들이 맛만 강조한 것보다는 기능성이 가미된 음료를 더 많이 찾을 것”이라며 “좋은 재료로 만든 기능성 제품으로 음료 회사들과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광동제약은 매출 중 음료 비중이 55%에 달한다. 음료시장 전체에서 4위를 할 정도로 강자다. 올 매출 목표는 3100억원이며 2011년까지는 5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최 회장은 “음료 쪽은 강한데 치료제 쪽은 약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싶다”며 “음료에서 벌어들인 돈을 신약 개발에 부지런히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최근 가천 길병원재단의 암·당뇨 연구소와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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