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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신세계 와인, 새 세상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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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전 세계 와인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일이 일어났다. 프랑스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두고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레드·화이트 모두 미국 와인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11명의 심사위원 중 10명이 와인 잡지 편집장, 로마네 콩티 소유주 등 프랑스 와인 업계의 유력 인사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날의 일은 ‘파리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으로 불리며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신세계 와인(미국·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유럽이 아닌 곳에서 생산된 와인)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고, 이후 미국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오늘날 다른 신세계 국가들에 ‘파리의 심판’은 달콤한 꿈이며 언젠가 이뤄야 할 목표다.

“그 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나라가 칠레와 뉴질랜드, 그리고 아르헨티나입니다. 신세계 와인의 다크호스들이죠.”

와인나라 아카데미 김새길 부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지난해 칠레는 한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와인 수입 물량(병 수)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여전히 ‘편하게 마시기 좋은 저렴한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 역시 일반 대중에겐 인지도가 약하다.

얼마 전, 와인 행사장에서 만난 한 칠레 와인 업계 종사자가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왔다. 기존 보르도식 와인 재배 방식을 답습해 온 칠레가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프랑스 품종인 카르메네르를 칠레 고유의 뛰어난 와인으로 만드는 작업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시장에서 칠레 와인은 값이 너무 싸게 매겨지고 있어요. 칠레 와인 산업이 안정기에 이른 지금 ‘칠리언(Chillian·여기서는 칠레 와인의 정체성을 뜻함)’을 찾는 노력은 필연적인 것이죠.”

차세대 ‘파리의 심판’ 주인공을 꿈꾸는 칠레·아르헨티나·뉴질랜드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style&가 세 나라의 와이너리를 직접 찾아가 봤다. 칠레에서 만난 에라주리즈사 에두아르도 차드윅 회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삼성과 LG는 소니와 파나소닉이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던 전자제품·IT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지금은 더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노리는 것도 바로 그런 겁니다. 전체 와인 시장에서 칠레가 구대륙을 뛰어넘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습니다.”

뉴질랜드·아르헨티나·칠레=송지혜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이젠 고급이다” 목청 높이는 칠레아르헨티나뉴질랜드 와인

칠레
토양 일일이 분석해 품종 결정

“이곳이 맥스(Max) 7번 밭이 될 곳입니다.”

칠레 에라주리즈사 수출 담당 직원 호세 사에즈(30)의 말을 듣고 차에서 내리자 허허벌판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포클레인 한 대가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움직이고, 그것이 골라낸 것으로 보이는 돌들이 한쪽에 쌓여 있었다. 포도나무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와이너리를 보여준다고 하더니? 호세가 알록달록한 지도 한 장을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하자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1년중 햇빛 나는 날이 300일이나 되는 칠레는 와인 재배에 있어 천상의 기후 조건을 가졌다. 중부 아콩카과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 세냐에서 와인 메이커들이 자신들이 가꾸는 포도밭을 둘러 보고 있다. [신동 와인 제공]

“400㏊의 땅에 59개의 점을 찍어 2m 정도씩 팠습니다. 거기서 나온 흙을 연구실로 보내 토질을 분석했고 그 결과를 노란색ㆍ초록색ㆍ주황색ㆍ빨간색 등으로 표시했죠.”

외국에서 온 기자에게 아름답게 잘 가꿔진 푸른 포도밭을 보여주는 대신 개간 중인 밭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새로운 공법과 노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색깔별로 나눈 구간은 어떤 포도 품종을 심을지 결정하고 관개시설을 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분이 가장 많아 빨간색으로 칠한 곳에는 카르메네르를 심고, 돌의 영향으로 칼슘이 풍부해 짙은 노란색으로 칠한 곳에는 그르나슈를 심는다고 했다.

“온도ㆍ위치ㆍ토양을 분석해 언제, 무엇을, 어떻게 심어야 할지 결정하는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타 지역 전문가까지 모셔왔죠.”

1. 아르볼레다 2003 2. 세냐 3. 비녜도 차드윅 1999

6월 중순에 나무를 심으면 2년 후 첫 포도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5~6년간의 조정 기간이 지나면 최신 설비와 최신 기술로 만든 아이콘 와인(와이너리의 대표 고급 와인)이 시중에 나오게 된다.

칠레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랫동안 포도 재배를 했고, 가장 오랜 와인 양조 역사를 가진 나라다.

“2004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전후해 불기 시작한 칠레 와인 붐은 지난해 그 정점에 달했어요. ‘가격 대비 품질 만족도가 높은 레드 와인 생산국’이라는 것이 칠레 와인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죠.”

김새길 부원장이 설명했다. 가격 대비 품질이 높다는 말은 칠레 와인을 설명하는 데 빠지지 않는 이야기다. 실제로 세냐ㆍ몬테스 알파 엠ㆍ알마비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3대 컬트 와인은 10만~2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지만 맛은 그 몇 배 가격인 보르도 와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문제는 칠레 와인이 품질 좋고 먹기 편한 ‘중저가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쉽게 벗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칠레 와인 업계는 최근 이런 인식을 깨고 가치를 더 인정받기 위해 칠레 와인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에라주리즈사 에두아르도 차드윅 회장의 개인 부티크 와이너리인 세냐에서는 ‘바이오 다이내믹’ 공법이 사용되고 있다. 단순히 제초제나 비료를 쓰지 않는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 어떡하면 포도가 더 잘 자랄 수 있는지를 땅에서부터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공법이다. 세냐의 와인메이커 에드가 카터는 “묘목, 밭을 갈아내는 방법, 포도나무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식물과의 관계까지 모두 연구해 이상적인 경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칠레 내 재배 면적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카르메네르 품종도 칠레 와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프랑스에서 블렌딩의 보조 품종 역할 정도에 그쳤던 카르메네르는 칠레로 건너와 독자적인 품종으로 우뚝 섰다. 현재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와 함께 칠레에서 많이 생산되는 3대 레드와인 품종이다.

칠레 대표 와이너리 ‘에라주리즈’ 차드윅 회장
“다양한 테루아르 실험 … 칠레다운 와인 만들죠”

“뛰어난 품질의 아이콘 와인을 생산하는 것, 그래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칠레 와인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앞으로 칠레 와인업계가 나아갈 길입니다.”

에두아르도 차드윅(50) 에라주리즈 회장의 말이다. 에라주리즈는 아콩카과 밸리를 개발해 포도밭을 만든 이후 130여 년 동안 고급 칠레 와인을 생산해 오고 있다. 설립자 돈 막시미아노의 5대손인 차드윅 회장은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과 시설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칠레 마이포 알토에 있는 그의 별장에서 ‘칠레 와인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칠레 와인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이뤘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칠레의 완벽한 기후 조건, 그리고 사람이다. 칠레는 1년 중 햇빛이 좋은 날이 300일이나 된다. 비 내리는 60일이 포도 수확 후인 겨울에 집중돼 있고, 일교차가 10도밖에 안 되는 점도 포도 재배에 이상적이다. 자연환경이 원래부터 주어진 조건이라면, 현대의 젊은 와인 메이커들이 이룬 성과들은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와인 산업의 중요성을 목격한 이들이 칠레 와인을 세계적으로 키우겠다는 꿈을 갖게 됐고, 그곳에서 배운 것을 국내로 들여와 다양하게 변형하고 시도한 결과다.”

-칠레 와인의 정체성을 설명한다면.

“일단 카르메네르라는 독특한 품종이 칠레 와인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요소다. 카르메네르는 긴 여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우리만큼 키울 수 없다.”

-바이오 다이내믹 공법 등 하이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것이 인상적이다.

“최고 품질의 와인이 탄생하기까지는 토양ㆍ기후ㆍ관개 등 많은 요소가 작용한다. 바이오 다이내믹은 그중에서 특히 토양에 따라 여러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실험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들 역시 칠레 와인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 및 중장기적 계획은.

“단기 목표는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는 것이다. 장기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에라주리즈 와인=훌륭한 품질의 아이콘 와인’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테이스팅 행사를 주최하는 등 노출 빈도를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해.

“가장 역동적인 아시아 시장이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프리미엄급 와인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향후 5년 이내에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
나무당 수확량 줄여 맛 진하게

4.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 2001 5. 카테나 알타 샤르도네 2001 6. 카테나 말베크 2005

“2015년 이후 아르헨티나의 말베크는 세계적인 와인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유명한 와인 전문가 로버트 파커는 2004년 와인 시장의 미래를 예측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말베크라는 대표 품종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와인 수출량은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주로 국내 소비용 저가 와인을 생산했던 아르헨티나는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나라가 됐죠. 그뿐만 아니라 해외 자본의 적극적인 유치로 와인 품질 수준도 날로 높아지고 있어요.”

WSA 와인 및 스피리츠 아카데미 백은주 선임강사가 설명했다. 국내 수입량만 놓고 보면 8위로 2위인 칠레와는 차이가 있지만, 사실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이다. 2004년에는 4억3100만 달러 수출을 돌파해 ‘와인업계의 잠자던 공룡이 깨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르헨티나의 급격한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있던 세계의 와인 회사들은 이미 아르헨티나 진출을 시작했다. 김새길 부원장은 “유럽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칠레의 주요 와이너리들이 아르헨티나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 국경 지대 안데스 산맥과 접해 있는 멘도사는 아르헨티나 전체 포도밭의 70%가 몰려 있는 세계 8대 와인 산지 중 한 곳이다. 대부분의 와이너리가 해발 약 700~15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중 카테나 자파타의 아드리아나 포도밭을 방문했다. 카테나 자파타는 로버트 파커가 2005년 발간한 『The World’s Greatest Wine Eseates』에서 남미 지역 와이너리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곳이다. 아드리아나 밭은 멘도사 괄타라리 지역 해발 1000~1500m에 위치해 있다. 포도밭에 도착하니 맑고 푸른 하늘과 손으로 살살 찢은 솜사탕 같은 구름이 가까워 보였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바람은 서늘해 반팔 셔츠 위에 카디건을 걸쳐야 했다. 매니저 토티는 이런 고지대 특유의 기온 덕분에 최고 품질의 말베크와 샤르도네를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햇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포도는 두꺼운 껍질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게 되죠. 두꺼운 껍질에서는 포도의 색과 타닌을 만들어내는 안토시아닌이 더 많이 나와요.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색과 향이 더 진한 와인을 만들 수 있죠. 특히 말베크는 햇빛을 좋아하는 대표 품종이에요.”

적당히 낮은 밤 기온은 적절한 산도의 균형 잡힌 레드 와인을 만들기에 좋은 조건이다. 또 건조한 산 공기 덕분에 병충해는 아주 드물다. 이 외에도 아드리아나 밭에서는 한 나무에 열리는 포도 열매를 제한해 소량의 포도 열매가 충분한 영양분을 받게 한다. 아이콘 와인 중 하나인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포도 열매는 더 철저하게 생산량을 조절한다. 그루당 3~4송이만 열리게 해 최상급 열매를 수확한다.

전체 생산량 중 20%에 해당되는 말베크는 원래 프랑스 품종이지만 아르헨티나로 건너와 블렌딩 조연 역할을 벗고 주연으로 우뚝 선 품종. 이 외에도 아르헨티나 레드 와인의 품종으로는 보나르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있고, 화이트 중에서는 산지오 베제가 주요 품종이다.

뉴질랜드
‘리저브급’은 손으로만 수확

7. 빌라 마리아 샤르도네 2006 8. 빌라 마리아 피노 누아 2004 9. 빌라 마리아 소비뇽 블랑

“뉴질랜드 와인을 마셔본 이는 십중팔구 그 청명하고 직설적인 향에 빠지게 된다.”

로버트 파커의 맞수인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은 뉴질랜드 와인을 이렇게 평가했다.

뉴질랜드는 와인업계의 신예 중 신예다. 1960년대만 해도 전체 포도 재배 면적이 40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80년대에는 약 5600㏊로 늘어났고, 2006년엔 2만2000㏊를 넘어섰다. 90년대에 소비뇽 블랑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와인 산업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품질은 뛰어나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엔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에 마음을 빼앗기는 애호가도 증가하고 있다.

오클랜드 이후마타오에 있는 빌라 마리아 와이너리를 찾았다. 뉴질랜드 와인업계 3대 와이너리 중 하나로 역사는 40여 년에 불과하지만 국제대회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등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림책에서 봤음 직한 아름다운 풍경 속에 포도밭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포도나무 옆에는 키 큰 나무들이 서 있고 그 앞에 작은 호수가 있다. 와이너리 중심 건물은 호수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마침 십여 명의 방문객이 건물 바깥에 마련된 식탁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점심 식사와 와인을 함께 즐기고 있었다.

로빈슨은 자신의 저서에서 “뉴질랜드는 ‘라이프 스타일 와이너리’라는 용어를 만들어 그 개념을 판매한다”고 적은 바 있는데 그 표현에 딱 들어맞는 모습이었다. 라이프 스타일 와이너리란 ‘쾌적한 자연 속에서 삶을 더욱 풍성히 해줄 맛 좋은 와인을 생산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웰빙까지 선사하는 와이너리’를 말한다.

뉴질랜드는 태평양과 항상 불어오는 강한 편서풍, 또 산지 비구름 등의 영향으로 기후가 매우 서늘하다. 덕분에 최고의 소비뇽 블랑을 생산해 낼 수 있다. 또 다른 효자 상품인 샤르도네 역시 서늘한 기후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반대로 이런 기후 때문에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레드 와인용 품종은 재배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벨벳처럼 부드러운 피노 누아를 만들어낸 데 이어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최근엔 시라즈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빌라 마리아는 소비뇽 블랑은 물론 샤르도네·리슬링·게뷔르츠트라미너·피노누아·메를로·시라즈까지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몇 품종은 똑같은 해에 생산된 포도를 프라이빗 빈, 셀러 셀렉션, 리저브급으로 나눠 와인을 만든다. 담당 와인메이커 앤디 그레이엄(35)은 “나무마다 열리는 송이 수를 조절하는데 리저브급은 나무당 15~20송이로 제한해 풍족한 영양분을 섭취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프라이빗 빈급은 모두 기계 수확하고, 셀러 셀렉션급은 기계와 인부 수확을 반씩, 리저브급은 모두 사람 손으로 수확한다고 설명했다.

송지혜 기자

오늘의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은 …

카르메네르ㆍ말베크ㆍ소비뇽 블랑은 각각 칠레ㆍ아르헨티나ㆍ뉴질랜드의 대표 품종이다. 특징 및 음식과의 마리아주(궁합)를 알고 마시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돼지갈비엔 ‘카르메네르’

짙고 붉은 자줏빛을 띤다. 후추 같은 스파이시한 풍미를 지녔고 체리ㆍ라즈베리ㆍ카시스 등 검붉은 과일 향도 풍부하다. 산도와 타닌(떫은 맛)은 적당한 수준이다.

육류, 그중에서도 양념된 요리와 잘 어울린다. 멕시코 요리와 특히 잘 어울리는데 여러 종류의 야채와 고기를 볶아 멕시코 고추, 달콤한 과일소스를 곁들인 쿼사디아와 토티야를 추천한다. 간장 양념 돼지갈비구이, 갈비찜 같은 한식 요리와 즐기기에도 좋다.

◆담백한 수육엔 중후한 맛 ‘말베크’

깊은 자줏빛에 초콜릿 향, 플로랄 향, 달콤한 스파이시 향이 조화돼 있다. 풍부한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을 가진 중후한 스타일의 와인이다.

양념을 적게 하고 소금만 뿌려 그릴에 구운 고기 요리나 담백한 찜 요리, 숯불 향이 나는 요리와 잘 어울린다. 한식 중에는 수육과 잘 매치된다.

◆생선찜·회 먹을 땐 ‘소비뇽 블랑’

파프리카ㆍ아스파라거스ㆍ구스베리 등 신선한 과일과 채소 향이 특징. 산미와 청량감이 풍부해 봄부터 여름까지 즐기기에 좋다. 원래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대표 품종이었지만 보다 따뜻한 기후인 뉴질랜드로 넘어와 과육이 더 잘 익게 됐다.

가벼운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며 특히 생선 찜·전, 초밥 또는 닭고기 샐러드와 곁들이면 좋다.

도움말=와인나라 아카데미 김새길 부원장, WSA와인 및 스피리츠 아카데미 백은주 선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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