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자금 ‘바이 차이나’ 다시 시동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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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월 말 설정된 삼성투신운용의 ‘차이나2.0 본토펀드’는 최근까지 2300억원을 끌어 모았다. 두 달여 만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은 투자 한도를 다 채워 곧 추가 한도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업체의 허선무 상무는 “펀드를 설정할 때만 해도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던 상황이라 한도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다”며 “중국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꾸준히 들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폭락장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중국 펀드에 올 들어 돈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 중국 증시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향후 중국 경기가 가장 먼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 비중이 이미 높은 상태라 지나친 쏠림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토·홍콩 모두 호조=지난달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3452억원이 빠져나갔다. 지수가 상승하자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환매에 나선 영향이 컸다. 하지만 중국 펀드의 설정액은 1472억원 늘었다. 연초 이후로는 4108억원이 늘었다.

중국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12.18%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에 상하이·선전 등 중국 본토 증시가 연초 이후 강세를 보이면서 본토 투자 펀드의 경우 20%대 중반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홍콩 증시도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한 달간만 보면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H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더 나았다.

중장기적으로는 본토와 홍콩 증시 모두 유망하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증권 조완제 펀드담당 연구원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흥시장 중에서도 중국이 핵심인 만큼 기존 펀드 투자자라면 일단 들고 가는 게 나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H주 펀드에만 투자한 경우라면 분산 차원에서 일부 자금을 본토 펀드로 옮기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쏠림’ 경계론도=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중국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4.2%에 달한다. 지난해보다도 1.6%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선진국 펀드의 비중은 4.5%에서 3.8%로 줄었다.

중국 증시의 선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특정 지역에 투자가 지나치게 몰리는 ‘쏠림’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이미 중국 비중이 높은 투자자의 경우 추가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특정 국가에 집중 투자하기보다 분산 투자로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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