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백일장]98년1월 초대시조…'새날 여는 닭울음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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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추위 몰아 닥친

음력 세수 입니다

별빛도 숨을 죽인

칠야 삼경입니다

나무들

간간 벼랑에

발가벗고 섰습니다.

깊은 단잠 속에서

벼락이 쳤습니다

귀에 선 이름의

한파가 쳤습니다

나무들

가시관 쓰고

형벌하여 썼습니다.

눈 얼음 밟지 않고

어느 봄이 오더이까

어둔 재 넘지 않고

어느 해가 솟더이까

한 발짝

물러서 보면

크게 도는 톱니바퀴.

이제 며칠 뒤면

무인년 입춘 절기

처마 밑 언 땅 뚫고

수선이 돋을 게고

그 새싹

닮은 부리로

새 홰 닭이 울 겁니다.

새날 여는 닭울음은

이웃 마을 이웃 나라

기류 타고 파문 타고

동그라미 그리면서

하늘 끝

땅끝 끝까지

울려 퍼져 갈 겁니다.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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